16일 오전 익산 미륵사터 서탑 복원 현장에서 장인들이 기단부 가운데에서 세번째 심주석을 올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맨 아래쪽 첫번째 심주석의 사리구멍에서 2009년 백제시대 발원문과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주위에 기단부의 받침기둥들도 보인다. 사진 노형석 기자
익산 미륵사터 석탑 복원현장
미래를 내다보는 미륵불의 축복일까. 16일 오전 전북 익산의 백제 고찰 미륵사터 서탑(유네스코 세계유산·국보 11호)의 복원 현장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백설에 덮인 채 신비스런 구름을 머금은 미륵산 자락 아래의 서탑을 감싼 닫집 주변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들과 장인들의 발길로 부산했다. 이들은 눈발을 맞으며 2년 전부터 시작한 탑 세부 복원 작업에 땀을 흘렸다.
이날 취재진에 공개된 작업은 닫집 안 기단부 위에 탑의 뼈대인 심주석을 차곡차곡 올리는 공정이었다. 2009년 탑 건립 연대(639)와 백제 대신 사택적덕의 딸(무왕 왕후)이 발원했다는 내용이 적힌 발원문, 사리병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던 맨 아래 사리공 심주석 위로 다른 심주석을 올리는 작업이다. 장인들이 반반하게 다듬은 아래 심주석 윗면에, 곧이어 천장 크레인에 줄이 매달린 심주석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와 사뿐하게 얹히는 광경이 펼쳐졌다. 닫집 입구 한쪽 방에서는 돌 부재의 금 간 틈에 에폭시 수지를 주사기로 주입해 보강하거나 보강한 돌 부재에 옛돌 색깔에 맞춰 칠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현존하는 동아시아 최고 최대 규모의 석탑인 미륵사터 서탑의 수리 복원 공사는 한국 문화재 보수 역사상 가장 큰 대역사다. 그만큼 해체 과정을 비롯해 복원 타당성 등을 놓고 곡절들이 많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99년 갑자기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모호한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해체 방침을 정했다. 2001~2010년 해체 발굴조사를 하고 2013년 복원공사에 들어갔다. 일제가 1915년 탑의 허물어진 서쪽 면에 들이붓듯 보강한 콘크리트 158톤을 뜯어내는 데만 4년여가 걸렸다. 부재마다 붙은 콘크리트 덩이들을 떼어내는 데는 2년이 더 걸렸다. 연구소의 김덕문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옛 부재에 들러붙은 콘크리트를 치과의 치석 제거용 드릴로 일일이 떼어내느라 각별한 공을 들여야 했다”고 말한다.
문화재 보수 최대규모 장기 프로젝트
2001~2010년 해체 발굴조사뒤
2013년부터 ‘6층 부분복원’ 착수
탑의 뼈대인 심주석 올리는 중
까다로운 세부 작업…장인들 진땀
돌부재 1700여개중 원부재 ‘절반 이상’
학계에서는 지금도 탑을 남아 있는 14.2m 높이의 6층으로 복원할지, 원래 탑 추정치인 9층 완형으로 복원할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탑을 해체하면서 기단부까지 발굴조사한 결과 1층 기단부에 十(십)자형 공간을 만들고 초석, 기둥석, 인방석, 옥개부 등의 목조건축 양식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뛰어난 석조유산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주위 석축이나 탑 내부 등이 조선시대까지 숱한 개축을 거듭한데다 애초 탑의 만듦새를 말해주는 문헌자료들이 빈약해 백제 때 원형은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숱한 논의 끝에 20세기 초까지 남은 6층 상태대로 복원하고 콘크리트로 채웠던 사면은 익산에서 캐낸 돌로 덮어 마감하는 안이 확정됐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허물어진 상태로 되돌리느냐는 반발이 적지 않다. 5월 현지 복원 공청회에서는 주민들이 청의 부분 복원 방침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연구소 쪽은 “완형 복원은 진정성을 잃은 새 건물 짓기에 가깝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취지에도 맞지 않아 현재로선 6층 복원이 최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소 쪽은 2017년 7월까지 1~2층은 전면 복원하고 허물어진 3~6층은 부분 복원해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탑 복원에는 1700여개의 돌 부재가 쓰이는데, 옛 부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게 원칙이다. 탑 표면에는 700여개의 돌 부재가, 내부 적심을 채우는 데는 1000여개의 돌과 흙이 들어간다. 연구소 쪽은 절반 이상을 해체 때 탑과 석축 등에서 나온 옛 돌 부재로 채우고, 나머지 새 부재들도 부근 황등면에서 캐낸 화강암을 쓰기로 했다. 지반과 기단부는 백제인들이 튼튼히 다지며 조성해 지금도 구조상 별 이상이 없다. 그래서 기단부 12개 초석 가운데 7개를 옛 돌로, 받침기둥들은 모두 옛것 그대로 쓸 방침이라고 한다.
익산/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2001~2010년 해체 발굴조사뒤
2013년부터 ‘6층 부분복원’ 착수
탑의 뼈대인 심주석 올리는 중
까다로운 세부 작업…장인들 진땀
돌부재 1700여개중 원부재 ‘절반 이상’
16일 오전 익산 미륵사터 서탑 복원 현장에서 장인들이 기단부 가운데에서 세번째 심주석을 올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맨 아래쪽 첫번째 심주석의 사리구멍에서 2009년 백제시대 발원문과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주위에 기단부의 받침기둥들도 보인다. 사진 노형석 기자
미륵사터 서탑의 가상 복원도. 콘크리트로 덮였던 서쪽 면을 돌부재를 쌓아 보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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