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성류굴 들머리 석벽에서 발견된 고신라 글자들. 사진 울진군 제공
들머리께 세로 7행 38개 한자
판독결과 543년 또는 603년에
놀러온 귀족 관리들이 새긴 듯
판독결과 543년 또는 603년에
놀러온 귀족 관리들이 새긴 듯
여전히 안개에 싸인 고신라 사회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까. 관광지로 유명한 경북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155호) 들머리 석벽에서 최근 삼국 통일 이전 신라 귀족 관리들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한자 글자들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글자들은 6일 성류굴을 찾은 박홍국(59) 위덕대 박물관장이 찾아냈다. 성류굴 들머리 위쪽의 석회암 면에 세로 7행 38자가 새겨진 것이 확인된다. 음각으로 새긴 각 글자들은 해서체 글씨로, 가로 3㎝, 세로 4㎝ 정도의 크기다. 전체 내용은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떠낸 탁본 등을 판독하면, 첫 줄에 ‘계해년(癸亥年) 3월8일(三月八日)’이란 연대가, 둘째 줄엔 신라 17관등중 10번째에 해당하는 ‘대나마’(大奈麻)가 새겨져 있어 543년(진흥왕 4년)이나 603년(진평왕 25년)에 판 글자들로 보고 있다. ‘대나마’ 관등명이 울진 봉평리 신라비(국보 242호, 524년)와 글자 모양이 같으며, 연대를 나타내는 간지로 글자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명문의 첫 부분 ‘계해년’은 543년일 가능성이 좀더 높아 보인다는 견해가 나온다. 학계에서는 이 글자들이 정황상 신라 귀족 관리들이 성류굴을 유람하러 찾아왔다가 남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대 금석문 전문가인 주보돈 경북대 교수는 “발견된 글자들 말고도 성류굴 안의 석벽에 다른 여러 글자들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여 전모를 밝히기 위한 종합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석이나 바위에서 간간이 발견되는 고신라의 새김글자(금석문)들은 당대 사람들의 계층과 생활상 등을 담고 있어 신라 사회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사료로 꼽힌다. 현재 고신라 글자들이 확인되는 주요 금석문 유물들로는 2009년 발견된 국내 최고의 신라비인 포항 중성리 비석(국보 318호·501년)을 비롯해 울진 봉평리 신라비(524년·국보 242호), 포항 냉수리 신라비(503년·국보 264호) 등이 있다.
노형석 기자
울진 성류굴 들머리 석벽에서 발견된 고신라 글자들을 탁본한 모습. 사진 울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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