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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고가미술품 ‘싹쓸이’로 한국 미술시장 흔드는 큰손은 누구?

등록 2015-12-20 20:22수정 2015-12-20 20:35

19일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왕웨이 롱미술관 관장. 김환기 대작 ‘푸른산’이 표지로 나온 미술관 소장품 전시 도록이 보인다.
19일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왕웨이 롱미술관 관장. 김환기 대작 ‘푸른산’이 표지로 나온 미술관 소장품 전시 도록이 보인다.
왕웨이 롱미술관장 “김환기 특유의 오묘한 색채감에 빠졌지요”
이 수더분한 얼굴의 50대 중국여성은 지금 한국 미술시장을 휘젓는 숨은 실력자다. 올해 내내 작품을 사들인 그의 ‘큰손’에 한국은 물론 세계 시장이 들썩들썩했다. “작품 구입 예산이 얼마냐구요? 정해진 거 없어요. 남편이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작품을 많이 살 수 있죠.”

최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미술시장에서 신흥 부호인 남편 류이첸(52·선라인그룹 회장)과 고가 미술품들을 싹쓸이하며 ‘큰손부부’로 유명해진 왕웨이(53) 중국 상하이 롱미술관 관장은 의기양양했다. 인터뷰 내내 재력과 안목에 대한 자신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왕웨이 부부가 지난해 상하이 도심 서남쪽 푸시 지구에 건립한 롱미술관 서안관에서, 19일 그가 한국 취재진과 처음 만났다. 밍크코트 차림의 왕웨이는 활짝 웃으면서 “2012년 롱 미술관(푸둥관)을 처음 세우게 된 것은 사실 리움 같은 한국 미술관들을 앞서 다녀보면서 미술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뒤이어 내년 2월까지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아시아 미술소장품전의 도록을 나눠줬다. 표지그림은 올해 홍콩경매에서 그가 16억여원에 사들인 김환기의 대작 ‘푸른산’이었다.

“표지의 김환기 작품은 사전 지식 없이 그냥 마음에 들어서 산 것이었어요. 이후, 김환기 선생의 생애와 작품 배경을 알게되면서 진정한 거장임을 알게됐고, 특유의 오묘한 색채에 흠뻑 빠졌지요. 김환기 소장품을 더욱 값지게 느끼게 됐답니다.” 

90년대 중국 경매사에서 일하며 안목을 쌓은 왕웨이는 택시기사 출신으로 주식투자를 하며 자수성가한 남편 류이첸과 고가미술품을 때론 경쟁하며, 때론 협력하며 함께 사들이는 부부컬렉터다. 한국 미술판 실세인 홍라희 리움 관장에 빗대어 ‘중국의 홍라희’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올해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반추상 회화들과 이우환, 박서보 등의 단색조그림(모노크롬) 등의 한국 근현대 회화들을 잇따라 수십억원대 큰값에 사들이며 대번에 주목을 받았다. 5월29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환기 대작 ‘푸른 산’을 시작가 10배가 넘는 1150만 홍콩달러(16억4천5백만원)에 그가 사들인 것은 국내외 시장에 김환기 열풍을 점화시키면서 근현대기 작고, 원로작가 작품들도 재조명하게 만든 계기로 이야기된다. 왕웨이는 최근 주목받는 국내 단색조그림들에 대해서도 “개인 감정이 드러나는 작품들로 색조, 색감이 좋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아시아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한국시장은 안정돼 한국작품들은 당분간 지금 정도의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봐요. 개인적으로는 미국시장의 반응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왕웨이 부부는 지난달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역대 세계 경매사상 두번째로 비싼 1억7040만달러(한화 1980억원)로 사들였다. 올초에도 송, 명 왕조 때의 꽃병, 술잔, 불화 등과 20세기초 중국 대가 치바이스의 송백수묵화를 각각 수백억원대 거액에 구매하는 등 세계 어느 컬렉터보다도 통큰 수집 행보를 보여왔다. “돈 벌고 집사고 남은 돈을 예술에 쓰는 것이 가장 의미있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성장 시절에 배운 역사와 연관이 많은 20세기 중국 혁명시대 유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20세기초 신해혁명기부터 20~30년대 중국 공산당의 혁명투쟁기, 60년대 문화혁명기의 그림들을 앞장서 모았어요. 이후 한국 등의 아시아 작품, 서구현대미술품들로 관심이 넓어졌어요. 전세계 유력 명품들을 우리 미술관 소장품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2년 전부터 전력을 다해 전세계 작품들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왕웨이 관장은 내년 4월28일 내륙 대도시 충칭에 세번째 롱미술관 분관을 연다. 아직은 정확한 소장품 내역을 공개하지 않지만, 미술관 5주년 전시 때 오면 수집 컬렉션을 자세히 보여드리겠다고 웃었다. 구겐하임 등에 필적하는 명품미술관을 만들어 세계 다른 미술관, 작가들이 전시하고 싶어하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야심이었다.

상하이/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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