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성벽 둘레에서 발견된 해자를 공중에서 찍은 모습.
1~4세기 초기백제시대 왕성으로 유력한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동쪽 성벽 바깥 둘레에서 옛 방어용 연못인 해자의 흔적이 나왔다.
풍납토성을 조사해온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동남쪽 성벽 바깥에 있는 옛 태양열주택터를 발굴조사한 결과 성벽 외곽 끝자락에 역사다리꼴로 땅을 파서 연못 바닥을 닦은 해자 흔적을 찾아냈다고 21일 발표했다.
연구소 쪽이 밝힌 해자 흔적은 윗부분 폭이 13.8m, 아랫부분 폭은 5.3m, 깊이 2.3m에 달한다. 바닥면에서는 초기백제 때의 토기 조각들이 조금씩 나왔고, 바닥층 아래는 자연 퇴적된 자갈층과 잇닿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라왕조의 궁궐터인 경주 월성 외곽의 해자(폭 50m, 깊이 1m)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더 깊다. 물이 오래 고이면 생기는 뻘층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물을 항상 채우지 않았던 마른 해자의 일종으로 보고있다.
앞서 2002년에도 연구소가 토성 남서쪽 외곽에서 발견한 자갈층과 뻘층이 해자 흔적인지 자연 퇴적 흔적인지를 두고 학계에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으나, 고고학적으로 해자라고 규정할 수 있는 유적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연구소 쪽은 “전문가들과 유적 성격을 검토한 결과 연못을 파내려간 굴착 흔적이 보이고, 해자에 채운 물의 흐름에 따라 쏠려들어간 모래흙(사질토)들도 다수 확인돼 해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이와 별개로, 드러난 해자 흔적과 성벽 사이에 생토층을 파고 인공적으로 조성한 폭 10m 정도의 뻘층이 확인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해자보다 시기가 이른 풍납토성 초기 단계의 해자 흔적이거나 성 외벽 기초시설로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뻘층 안에서는 속이 깊은 바리형토기와 곧은입항아리(직구호) 등 3세기 후반~4세기 초 토기 조각들도 상당수 나와 순차적으로 성곽을 쌓은 풍납토성의 세부 축조시기를 밝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쪽은 추가 조사를 통해 뻘층의 구체적인 성격과 조성 시기를 밝히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해자 흔적이 발견된 풍납토성 동벽 외곽은 원래 2011년에 조사를 진행하려 했던 곳이다. 그러나 송파구청 쪽이 이 구역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폐기물을 대량으로 묻은 사실이 드러나 조사가 중단되고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등 파문을 빚은 바 있다. 연구소 쪽은 올해 초까지 묻힌 폐기물을 걷어내고 5월부터 발굴조사를 벌여왔다. 연구소 쪽은 22일 오후 2시부터 발굴 현장에서 공개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성벽 아래쪽 뻘층에서 나온 각종 토기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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