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복고열풍, 언제 어디서 왔나
10년이면 강산은 변하고 20년이면 옛 강산이 그립고 30년이면 강산은 완벽하게 옛날로 돌아온다? 1986년 인천 5·3 시위 이후 29년 만에 ‘소요죄’를 적용했다는 뉴스가 새롭지 않은 이유다. 심지어 28일 갑작스럽게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는 1965년 한-일협정과 놀랄 만큼 닮았다. ‘악, 옛날이여’ 시대에 문화계 역시 옛날 추억을 열렬히 소환 중이다. 2013년의 <나는 가수다>, 2014년의 <무한도전-토토가> 등 몇 년에 걸쳐 ‘추억’은 흥행성 높은 상품이 되었다. 주류로 떠오른 ‘추억 비즈니스’는 이제 철저히 기획되고 높은 확률로 히트를 기록한다.
2013년 ‘나가수’ 작년 ‘무도-토토가’
올해도 ‘추억 비즈니스’ 흥행 성공
30년전 ‘한국 록’ 주축들 잇단 활동
‘렛미인’ 등 영화 재개봉도 이어져
32년
17일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7’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독 조지 루커스는 원래 6부작을 계획했지만 1977년 당시 상황에서 영화화가 가능했던 네번째 이야기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시작했다.(이후 ‘에피소드4’로 명명) 루커스는 ‘에피소드6’까지 내놓은 뒤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는 전설적인 대사를 남긴, 시리즈의 주요 악당 다스 베이더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에피소드1’을 찍었다. 이번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1983년) 이후 32년 만의 후편이다. 시대 배경도 전편으로부터 30년 뒤다.
30년
1985년은 세계적 헤비메탈 유행 속에서 한국적인 록이 익어가던 시절이었다. 그해 임재범이 시나위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임재범은 시나위의 주축 신대철과 서울고 동창이다. 공식 데뷔는 1986년 앨범 <헤비메탈 시나위>였다. 이 앨범은 한국 헤비메탈의 이정표로 자리잡았다. 2013년 문화방송의 <나는 가수다>를 통해 ‘나만 알던 가수’에서 ‘전국이 인정하는 가수’로 발돋움한 임재범은 올해 데뷔 30년을 맞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태연과 함께 부른 ‘사랑보다 깊은 상처’로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고 연말에는 신곡과 리메이크곡이 반씩 섞인 앨범 <애프터 더 선셋: 화이트 나이트>를 발표했다. ‘새벽기차’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을 담은 다섯손가락의 1집도 1985년에 나왔다. 보컬인 임형순, 기타 이두헌, 키보드 최태완 등 이제는 50대가 된 원년 멤버는 지난 26일 첫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80년대 그 자체’를 상징한 들국화의 1집 <들국화>(1985)의 노래도 올해 인디 뮤지션들이 다시 불렀다. ‘행진’ ‘오후만 있던 일요일’부터 건전가요 ‘우리의 소원’까지 30년 만에 새롭게 불린 노래들은 앨범 <들국화 30>에 담겼다.
26년
11월6일 첫 방송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티브이엔)은 ‘컴백’으로도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을 추억한다. 아예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골목길 이웃끼리 찬거리를 나눠 먹던 풍경에다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한 신해철의 ‘그대에게’가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수학여행의 장기자랑에선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가 정환·동룡·선우의 춤을 곁들여 선보였다. 이런 흐름을 타고 당시를 상징하는 가수들도 현재로 소환되었다. 12월7일 열린 ‘어게인 1988’ 토크콘서트에는 전영록, 조정현, 이정석 등이 총출동했다. 김승진과 김완선 등 그 시절 반짝이던 청춘은 중년들의 연애 오락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스비에스)에도 출연 중이다.
13년
이문세는 4월7일 자정 정규 15집 <뉴 디렉션>을 발표했다. 정규앨범으로는 13년 만이다. 나얼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타이틀곡 ‘봄바람’은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슈퍼주니어의 규현은 ‘그녀가 온다’에서 그와 듀엣곡을 불렀다. 이문세는 앨범 발매 뒤 전국 콘서트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9월12일에는 공식 누적 집계로 이문세 콘서트 입장객이 100만명을 넘었다. 이문세는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싱글 앨범 <디스 크리스마스>를 발표했다. 로이킴과 함께 노래하고 한해가 피처링을 했다. 이문세가 1985년 발표한 ‘소녀’는 <응답하라 1988>에서 오혁이 다시 불렀다. 컴백 열풍은 신승훈으로도 이어졌다. 10월29일 신승훈은 9년 만에 정규 11집 <아이 앰 앤드 아이 앰>(I am…& I am)을 냈다. 9년간 세 장의 미니앨범은 모던록, 어반뮤직 계열의 색다른 시도를 하기도 했다.
13년
임창정이 9월22일 발매한 <또 다시 사랑>의 타이틀곡 ‘또 다시 사랑’은 상위권에서 맴돌다 역주행 뒤 음원차트 1위에 자리잡았고 10월9일 한국방송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이 1위를 한 이후 13년 만이다. ‘또 다시 사랑’은 5개 음원사이트에서 10월 월간 1위를 기록했다. 노래방 순위에서는 10월 이후 12월까지 가장 많이 불린 노래다.(태진미디어 집계)
10년
영화 재개봉은 극장가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10년 만에 11월5일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재개봉 동원 관객이 첫 개봉 때의 관객보다 많은 최초의 영화가 됐다. 11월 셋째주에는 100개관이 넘는 상영관을 확보하며 관객수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1월15일에는 10만3000명이던 2004년 개봉 때의 흥행 기록을 넘었다. 12월29일 현재 48만5천명이 이 재개봉 영화를 봤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이터널 선샤인>은 예술영화들의 재개봉 붐을 이끌었다. <렛미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 <그녀> <러브 액츄얼리> 등이 잇따라 재개봉했다. <빽 투더 퓨쳐> <아마데우스> 등도 ‘옛날의 영광’을 바라며 재개봉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올해도 ‘추억 비즈니스’ 흥행 성공
30년전 ‘한국 록’ 주축들 잇단 활동
‘렛미인’ 등 영화 재개봉도 이어져
‘스타워즈7’ 32년 만입니다
그 추억 26년 만입니다
이문세 정규 앨범 13년 만입니다
‘이터널 선샤인’ 10년 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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