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발견된 육식공룡의 구애 흔적 추정 화석. 공룡의 발로 땅에 깊게 팬 자국을 남긴 것이 특징이다. 문화재청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미 콜로라도주서 50개 이상 확인
1억여년전 백악기 지층서…구애 행위 방식 등 담겨
1억여년전 백악기 지층서…구애 행위 방식 등 담겨
1억여년전 육식공룡 암수컷들이 몸을 움직여 구애한 흔적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1~14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과 현지 콜로라도 주의 백악기 지층을 공동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형육식공룡들이 짝짓기를 위해 구애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 화석들을 무더기 확인했다고 7일 발표했다. 연구소 쪽은 “거대 몸집을 지닌 육식공룡의 구애 행동을 입증하는 직접적 증거를 처음 제시한 것”이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도 이날 발표와 동시에 관련 논문이 공개됐다”고 전했다.
연구소가 낸 자료를 보면, 공룡의 구애 추정 흔적은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나왔다. 거대한 발로 땅을 여러차례 긁어 깊게 팬 형태를 띠고 있으며, 콜로라도 주의 서부 2곳, 동부 1곳에서 이런 형태의 화석이 최소 50개 이상 드러났다고 한다. 공룡의 발에 땅이 깊게 팬 자국은 구애 행위 외에 알을 낳은 자리 혹은 자기 영역의 표시로도 해석된다. 이번에 찾은 화석들은 주위에 알이나 영역 표시 때 남기는 배설물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구애 흔적이 거의 확실해보인다는 게 연구소 쪽 견해다. 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의 임종덕 연구관은 “대형 육식공룡 수컷의 구체적인 구애 방식과 장소를 보여주며, 암컷 공룡들이 수컷들의 구애 행위로 짝을 고르는 `성적 선택‘의 근거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조사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국내 남해안 공룡화석 산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 벌여온 국제 비교연구 사업의 일부다. 조사를 벌인 공동탐사대에는 한국과 미국 외에 캐나다, 중국, 폴란드의 연구자들도 참여했다. 연구소 쪽은 화석 탐사와 3차원(3D)측량, 비교 분석 등 조사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뒷발로 땅을 긁으며 구애행위를 하는 두 수컷 공룡들을 그린 가상도. 두 공룡 사이로 멀리 다른 암수공룡의 짝짓기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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