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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직접 본 ‘신라금관의 원형’ 찬란한 맵시가 똑닮았네

등록 2016-01-12 20:45수정 2016-01-13 00:15

틸랴테페 금관
틸랴테페 금관
일 규슈국립박물관 ‘아프간 유물전’
찬란한 신라 금관의 어머니가 눈앞에서 빛난다. 탈레반의 파괴를 기적적으로 모면하고 여전한 광채를 뽐내는 1900여년전 중앙아시아 대월지족의 금관이다. 높이가 10㎝를 조금 넘고 길이도 45㎝정도인 호리호리한 몸으로 기나긴 전란의 세월을 버텼다. 작은 몸체에 5개의 나무가지 장식이 촘촘히 붙여졌고 가지마다 빈틈없이 매달린 금방울(영락)들이 찰랑거린다. 영낙 없는 신라 금관의 기본 모양새다. 300여년 뒤 신라인들에게 전해진 황금예술의 극치다. 이 소중한 인연을 빚어낸 월지족 장인은 어떤 상상을 하며 황금관을 만졌을까. 관을 썼던 무덤 속 여인의 삶은 어떤 사연들로 채워졌을까.

4~5세기께 신라인들에게 전해진
아프가니스탄 고대황금유물 전시
‘극적으로 보전’ 틸랴테페 출토품도
국내순회전 교섭중…성사 관심 쏠려

이 금관은 지금 현해탄 건너 일본 후쿠오카 다자이후의 규슈국립박물관에 와있다. 이 박물관은 새해초부터 신라 황금문화 뿌리인 아프가니스탄 카불박물관의 황금유물 컬렉션을 선보이는 대형전시를 열고있는 중이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 무대였던 아프간 북부 박트리아의 헬레니즘, 유목민 융합 문화의 고갱이를 보여주는 ‘황금의 아프가니스탄’이다. 

황금 전사상
황금 전사상
1336점의 출품작들은 헬레니즘 도시유적인 테페 푸롤, 아이하눔과 틸랴테페의 유목민 무덤, 고대유적 베그람에서 출토된 것들인데, 실크로드 연구서에 나오는 최고 명품들이 수두룩하다. 1978년 러시아 조사단에 의해 6기의 유목민 무덤이 발굴된 틸랴테페 출토 황금 장식, 부장품들만 1165점에 달한다. 틸랴테페 출토품은 1980년대 내전이 격화되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3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지하 중앙은행 금고에 온전히 보관되어온 사실이 밝혀져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고대 세계 문화교류 중심지였던 아프가니스탄의 헬레니즘 유목민 토착예술을 통해 그 영향을 흡수한 동아시아 고대 문화를 새로이 살펴보려 했다”고 고이즈미 요시히데 학예부장은 말한다.

틸랴테페 금관은 4~5세기 신라금관의 원형을 보여주는 유일한 선행 유물로 예술사적 가치가 크다. 금관을 실견한 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은 “하늘, 땅을 잇는 신수(새)와 꽃 모양의 로제트 문양 등이 영락과 함께 붙어있어 그 자체로 태양처럼 빛나는 권력을 상징한다”며 “유럽과 서아시아에서 동아시아 끝까지 전개된 실크로드 교류사를 감동적으로 증거하는 보물”이라고 극찬했다. 나치의 상징기호였던 ‘卍(만:하켄크로이츠)’자 문양과 맹수가 다른 맹수를 잇따라 무는 문양이 같이 수놓아진 단검과 고대 그리스, 서아시아 신화의 여신상이 함께 들어간 원반의 빗살 문양 등에서 유목민의 절대신앙이던 태양신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다. 틸랴테페에서 나온 마주 보는 황금 전사상도 잊을 수 없는 감흥을 전해준다. 결연한 표정으로 마주 보는 대칭 구도의 전사상 주위로는 갖은 동물과 식물 문양이 가득채워져 우아한 장식미와 더불어 전사의 비장한 기품이 느껴진다.  

그리스 본토에서 2000㎞ 이상 떨어진 오지인 아이하눔의 그리스풍 출토품은 헬레니즘 도시답게 헤라클레스상 등의 사실적 조각상과 글자 명문들이 눈길을 모은다. 아이하눔의 철학자가 시민의 생활규범으로 새긴 석비대좌의 그리스어 명문에는 이런 격언이 새겨져있다. ‘청년기에는 자제하는 것을 아는 자, 장년기에는 정의를 아는 자, 노년기에는 사려분별을 아는 자가 되고, 그리고 나서 후회없이 죽을 지어다.’

헬레니즘에 고대 인도, 페르시아 문화가 뒤섞인 양상의 베그람 유적은 인도의 생동감 있는 육체표현이 헬레니즘의 정밀한 사실주의와 결합된 상아제 여성상들이 단연 돋보인다. 말미의 유출문화재 전시장엔 그동안 아프간 핫다 등에서 유출돼 일본에 입수된 고대 불상과 불전도 등도 나왔는데, 전시 뒤 아프간 당국에 모두 기증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적 수준인 일본의 실크로드학 연구 성과가 충실히 반영된 전시 구성과 양질의 도록 개설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최상급의 전시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도 최근 이 황금 컬렉션의 국내 순회전을 교섭중이어서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월14일까지. 다자이후/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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