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달팽이가 기어가듯 퍼포먼스를 거듭한다.
청년 작가 공석민 개인전 ‘무빙워크’
쪼그려 분필로 선 그리며 횡단
세상 향한 저항 담은 영상 2점
쪼그려 분필로 선 그리며 횡단
세상 향한 저항 담은 영상 2점
작가는 달팽이가 기어가듯 퍼포먼스를 거듭한다. 차가운 겨울날 도심 큰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분필로 선을 바닥에 그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서울 신도림역에서 여의도까지 이런 행위를 거듭하며 도로 옆 인도에 긴 줄을 남긴 여러 시간 고행의 여정이 큰 영상에 담겨 흘러간다. 무슨 의미일까? 무슨 이유로 이런 고행을 자초한 것일까.
서울 이화여대 입구의 신생공간 기고자에서 열리고 있는 청년 작가 공석민(31)씨의 개인전 ‘무빙워크’는 짐짓 허망하지만, 곱씹을 수록 묘한 공감을 일으키는 작가의 영상 2점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분필을 그으며 달팽이처럼 꾸물거리면서 전진하거나 지하공간의 자동이동보행로의 진행 방향과 거꾸로 걸어가는 작가의 모습이 다가온다.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라고, 어딘가에 속해 일할 자리를 만들라고 강박하는 지금 세상에 대한 나름의 썰렁한 반박, 혹은 저항을 담은 행위다. “무엇인가에 몰입하거나 직장을 갖고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든 처지인데, 주위에서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냐는 채근과 질문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현듯 떠올린 작업이었다”고 작가는 털어놓는다.
올해 독일 유학을 준비중인 공 작가는 최근 시작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생공간 기획전 ‘서울, 바벨’에도 대로에서 걸레질을 마냥 되풀이하는 퍼포먼스 영상 등을 선보여 눈길을 받고있다. 의미 없고 무망한 몸짓 같지만, 계속 행위가 중첩되면서 왠지 노동의 느낌으로 묵직하게 다가오는 그의 역설적 행위들은 또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뭐라도 일단 해봐야한다’는 지금 신생공간 청년미술인들의 현실을 기탄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30일까지. www.kigoja.net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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