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작가
“경찰 공식 협조요청땐 응할 것”
전 작품 담은 도록 발간 계획도
전 작품 담은 도록 발간 계획도
서구 미술계에서 활약해온 거장 이우환(80) 작가가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 불거진 자신의 진위작 시비를 놓고 “아직 위작품 자체를 직접 본 적이 없다. (위작 시비의) 최대 피해자는 작가 본인”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2일 자신의 법적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를 통해 낸 보도자료에서 이런 입장을 전했다. 그는 “현재 가짜 논란이 되는 작품들은 내 손을 떠난 지 30~40년 전의 것들이고, 이후 작품들이 어떤 경로로 어디에 있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2014년 4월 <한겨레>와의 단독인터뷰 이래로 “내가 본 작품 중에 위작은 없었다”는 견해를 지켜왔다.
이우환 위작설은 수년 전부터 화랑가 등에서 계속 풍문 등으로 떠돌았다. 점, 선 등의 그림 도상이 단순해 위조범들이 가짜를 그리기 쉽다는 추정과 함께 실제로 시장에서 조악한 가짜 그림들이 대량 유포된다는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위작을 유통한 것으로 의심받는 일부 화랑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지난 연말 한 대형 미술경매사의 경매에서 낙찰된 이 작가 구작 ‘점으로부터’ 연작에 대한 진품 감정서도 위조됐다는 수사결과까지 흘러나오면서 위작 시비는 더욱 첨예해진 상황이다. 이날 보도자료는 이와 관련해 언론사 미술 담당기자들이 공동제출한 서면 질문들에 대해 작가가 회답하는 형식으로 나왔다.
이 작가는 서면자료에서 “내가 수년간 (화랑 등에서 거래한 작품) 수십 점 정도를 보고 확인해준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그때 선의로 본 것들이라 (가려낸 진품들은) 별도 목록을 만들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작가는 “내가 한국에 없을 때 미술품감정협회에서 감정하기 힘들다고 해서 내 작품을 30년 가까이 취급해온 두 화랑(갤러리현대, 부산공간화랑)이 대신 감정해 소장가들 편의를 봐주도록 위임장을 써준 적이 있다”면서, 미술품감정협회와 갈등을 빚어 직접 작가가 감정을 하게 됐다는 풍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감정협회와 일부 소장가들이 부탁해 선의로 몇차례 작품을 보고 확인해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전 작품을 담은 카탈로그 레조네(진위 판별에 쓰이는 전작 도록)를 준비하고 있다는 작가는 “(경찰로부터) 공식 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으나, 위작이 의심되는 작품에 대해 봐달라는 요청이 오면 응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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