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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썸타는 건물로 도시에 감정을”

등록 2016-02-03 19:01수정 2016-02-03 21:04

송하엽 중앙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송하엽 중앙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신간 펴낸 송하엽 교수

선후배 건축·미술인들과 함께
임시건축물 ‘파빌리온’의 소통 주목
“스타일보다 시스템·역사 밝히려”
“한국에선 건축을 너무 취향으로만 생각해요. 조형적 스타일보다 시스템, 역사 같은 건축의 디엔에이(DNA)를 우선 밝히는게 이 책을 쓴 절실한 목적이었죠.”

최근 선후배 건축·미술인 10명과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홍시)란 신간을 함께 펴낸 송하엽(46) 중앙대 건축과 교수는 요즘 건축판에서 가장 주목받는 저자 가운데 하나다. 2014년 <랜드마크: 도시들 경쟁하다>(효형출판)를 출간하면서 초고층 랜드마크로 치닫는 요즘의 마천루와는 다른, 수평적이면서도 공공소통을 중시하는 ‘작은 랜드마크’ 개념을 역설해 화제를 모았다. 후속작인 이번 책에서는 가건물이나 임시건축물을 뜻하는 파빌리온의 역사와 흐름들을 공저자들과 정리했다. ‘돈키호테’ ‘썸타는 건물’이란 비유로 파빌리온을 기존 도시건축에 저항하고, 감정을 입히고 소통하는 실험의 온상으로 키워야한다는 담론을 펼쳤다. 그동안 건축계가 눈돌리지 않았던 틈새건축과 건축 개념에 대한 역사적 접근으로 소통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신선하다는 평가다.

“원래는 혼자 3년여정도 파빌리온에 대한 저술을 할 계획이었어요. 게릴라적인 초소형 랜드마크로 도시 재생을 이끈다는 2014년 랜드마크 저술을 발전시킨 건데, 구상을 전해들은 후배 건축인들이 같이 해보자고 해서 ‘파르레곤’이란 연구 모임을 만들고 책을 준비했지요.”

송 교수는 “파빌리온은 선사시대 오두막과 르네상스 시대 교황, 왕실, 귀족의 제례용 시설, 우리 선조들의 누정 등 다양한 선례들이 존재한다. 동서양 파빌리온의 역사를 중심으로 최근 트렌드와 도시건축에서의 잠재력을 짚으려 했고, 논의를 거듭하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추가로 필진에 들어왔다”고 했다. 한국의 누정과 정자 등을 집필한 김영민, 소현수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와 광주 도심의 간이 파빌리온인 광주 폴리편을 집필한 시인 함성호씨 등이 이 과정에서 합류했다.

<파빌리온…>은 최근 팝업스토어, 홍보관 등으로 국내에도 등장한 파빌리온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대한 숨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알렉산더 대왕의 진중 천막, 르네상스기 교황의 미사 집전을 위해 창안된 천장 덮힌 장막(캐노피), 18세기 유럽 귀족 정원의 연애 궁전이던 프티 메종이나 신비주의자들이 은거했던 오두막 등으로 쓰인 파빌리온 본래의 임시성과 유희성을 주로 조명한다. “파빌리온의 임시성과 유희성은 합리적인 근대건축에서 배제됐지만, 원래 정원 쉼터인 폴리가 20세기 말부터 공공 기능을 담아 유력한 공공건축으로 등장하면서 파빌리온은 새롭게 부활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가 중시하는 게 ‘착생’이란 개념이다. 과거 흔적이나 미래적 발상만 내세우지 않고 지금 도시에서 이끼처럼 소통, 공생하는 파빌리온의 다양한 유형들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계속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론이었다.

미국 유학 뒤 현지와 한국에서 10여년 설계를 하며 실무 경험도 쌓은 송 교수는 “건축의 사회적 액션”과 소통에 초점을 맞춘 ‘파빌리온 2.0’을 새 저술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 건축판이 무심했던 상식과 역사를 깨우는 건축론을 펼치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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