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파른본(보물 1866호)의 교감본
하일식 교수, ‘파른본’ 교감본 발간
고려·조선시대 이체자 연구에 도움
고려·조선시대 이체자 연구에 도움
<삼국유사>는 13세기 고려 승려 일연이 지었지만, 오늘날엔 고려 판본들은 사실상 사라지고 조선시대 찍은 판본들만 전해진다. 학계에서는 1512년 경주에서 펴낸 임신본 판본을 가장 많이 활용해왔는데, 글자가 흐릿한 경우가 적지않아서 판독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혼란을 덜어줄 것으로 보이는 초창기 <삼국유사>희귀판본의 원문, 해설을 실은 책이 나왔다. 1960년대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을 발굴했던 전 연세대 사학과 교수 파른 손보기(1922~2010)가 소장했던 <삼국유사>파른본(보물 1866호)의 교감본이 최근 연세대박물관에서 발간됐다. 2013년 유족이 학교에 기증한 이 파른본은 현전하는 조선초 <삼국유사>판본 중 유일하게 도입부의 역대 통치자 일람인 ‘왕력’ 부분이 남아있고, 찍힌 글자도 선명해 임신본의 착오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근거자료로 진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번 교감본은 하일식 연세대 교수가 파른본을 임신본과 대조해 글자가 다른 곳에 주를 달고 해석의 차이를 설명해놓았다. 임신본 ‘고조선’조에 나오는 단어로 재야학자들이 단군조선에 앞서 일어난 나라로 해석하면서 논란을 빚어온 ‘桓口+玉(환국)’의 경우, 파른본은 문제의 글자 ‘口+玉’을 ‘因(인)’의 다른 모양 글자(이체자)인 ‘口+土’로 표기해 실은 단군의 할아버지 천제의 이름인 ‘桓因(환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임신본에서 ‘유립(庾立)’으로 부정확하게 표기됐던 신라 명장 김유신의 정확한 한자 이름(庾信)을 명기한 점도 돋보인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체자들이 쓰여져 고려·조선시대 이체자 연구에 도움을 준다고 하 교수는 책에서 밝히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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