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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교과서 국정화’ 정부 수구화 계기…‘확대된 민족사’ 방관 반성

등록 2016-03-08 20:44수정 2016-03-08 20:44

주류 역사학계 ‘전방위 반격’ 왜?

주류-재야 70년대 역사논쟁 재연
한국고대사학회 ‘시민강좌’ 개최
낙랑군 등 고대사 쟁점 다루기로
재야학자들 “우리도 강좌로 맞대응”
‘재야 학자’들을 겨냥한 주류 역사학계의 ‘학문적 반격’은 전방위로 치밀하게 펼쳐지는 양상이다. 젊은 학자들이 <역사비평> 기고로 포문을 연 가운데 강단의 중진 역사학자들도 대중과 만나 기존 연구성과를 알리는 여론화 작업에 대거 나서고 있다.

그 첫발은 한국고대사학회가 9일부터 6월1일까지 매주 수요일 여는 ‘한국고대사 시민강좌’다. 9일 ‘근대역사학의 성립과 한국고대사 연구’에 대한 노태돈 서울대 명예교수의 강연을 시작으로 ‘단군, 신화인가 역사인가?’(서영대 인하대 교수·30일), ‘고조선은 어디에 있었나?’(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4월20일), ‘고고학으로 본 낙랑군’(오영찬 이화여대 교수·4월27일), ‘삼국은 언제 건국되었는가?’(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6월1일)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1987년 창립된 한국고대사학회가 대중을 상대로 공개강좌를 여는 것은 학회사 30년만에 처음이다. 주제들도 ‘사료가 미흡하다’며 토론을 꺼렸던 상고사 쟁점에 집중돼 학계 인식이 이전과는 확 달라졌다는 점이 감지된다. 학회 쪽은 내년까지 임나일본부설, 광개토왕비 논란 등을 다루는 고대사 쟁점 강좌를 지속하고 강연회의 지방 확대, 대중서 발간도 추진중이다.

“학회 창립 때 대중성을 표방했는데도, 그간 합리적인 고대사 인식 공유에 소홀했습니다. 강좌는 반성의 차원이자, 고대사 파동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한 나름의 대응이기도 합니다.”

취지를 설명한 운영책임자 조인성 경희대 교수의 말은 국정교과서 부활과 고대사 논란을 보는 지금 학계의 위기의식을 내비치는 것이기도 하다. 고대사 논란은 이미 30여년전 한차례 불붙은 바 있다. 74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역사국정교과서를 발행하자 안호상 등 재야쪽 연구자들이 단군신화의 역사적 사실 인정, 고조선·삼국의 중국 강역설 반영 등을 주장하며 기존 학계를 공격한 것을 시발로, 80년대 중반까지 공개토론회 등에서 격렬한 논란이 이어졌다. ‘1차 고대사 파동’으로 일컫는 70년대말~80년대초 논쟁 시기 상고사 공개토론회에서는 일부 청중이 강단학자들에게 친일매국노라며 욕설을 퍼붓고 단상을 점거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그 뒤로 강단학자들은 재야 주장에 ‘무시’로 일관해왔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무대응 일변도였던 강단 학계 입장이 바뀐 건 “2014년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표명한 현 정권의 수구화 퇴행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짚는다. 정치권, 관료의 호응을 업은 재야 세력들이 ‘확대된 민족사’, ‘자랑스런 민족사’를 강조하며 교과서 고대사 기술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됐고, 권력을 내세운 고대사 왜곡에 조직적으로 맞서야한다는 학계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국회 상고사토론회에 강단학자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여해 재야의 이덕일씨 등과 토론하고, 한국역사연구회 등의 소장학자들이 ‘재야 비판적 아마추어 연구자들과 사이비 민족주의 사관의 허상’, ‘<환단고기>류 위서 비판’ 등에 대한 토론을 활성화한 것도 이런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고고학회의 경우 1달 전부터 고대사학회, 상고사학회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발굴성과를 문헌사와 접목하며 상고사 쟁점에 대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학계 쪽에서는 올해 내내 국정교과서 편찬과 맞물려 ‘응답하라 역사 논란’의 재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논란의 주무대가 70~80년대와 비슷한 국정교과서 기술 방향이지만, 재야 쪽의 힘이 월등히 커졌고, 정권의 수구화 흐름과 겹쳐 훨씬 첨예한 ‘역사투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일부 온라인 재야 역사사이트에서는 ‘식민사학 중심인물들이 총출동했다’, ‘전면전 선포’ 등의 대응을 촉구하는 격문성 글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재야학자인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은 “강단사학자들이 이제 뭔가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온 것이다. 강연 등에서 어떤 근거를 내세우는지 지켜보고 우리도 학술대회, 강좌 등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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