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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보다 국어 시대…‘글쓰기의 왕도’ 귀띔해 드립니다”

등록 2016-03-13 20:55수정 2016-03-13 20:55

왼쪽부터 이권우씨, 백승권씨. 사진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왼쪽부터 이권우씨, 백승권씨.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짬] 팟캐스트 ‘다시 배우는 글쓰기’ 백승권·이권우씨


이제는 ‘영능’보다 ‘국능’이다. 영어능력보다 국어능력이 앞선다는 얘기다. 보고서 잘 쓰는 사람이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글 잘 쓰는 사람이 ‘페이스북 스타’ ‘블로그 스타’가 된다. 온라인서점의 ‘글쓰기’ 분야로 묶인 책은 무려 1400여종, 올해 들어 나온 책만 50종에 이른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하얀 컴퓨터 화면을 ‘공포’라고 일컫는다. 왜 그럴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지난 8일 글쓰기 강사 백승권씨(백승권글쓰기연구소 소장·50)씨와 도서평론가 이권우(53)씨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글쓰기의 ‘왕도’를 물었다. 마침 백 소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다시 배우는 글쓰기’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날이었다. 사회적 기업의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하는 콘텐츠 그룹 ‘이로운넷’의 제안으로 시작한 이 인터넷방송은 매회 ‘글선생’을 초청하는데, 그들의 면면이 만만찮다.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2014)를 펴낸 강원국 전북대 초빙교수, ‘수능 언어영역의 신’으로 불리는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이사, 도서평론가 이권우씨 등이다. 백 소장은 <글쓰기가 처음입니다>(2014), 이씨는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2015)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난 8일부터 팟캐스트 서비스 시작
글쓰기연구소장 백씨 진행 맡아
“일단 마구쓰다보면 생각 발전시켜”

도서평론가 이씨 등 ‘글선생’ 출연
“읽기·쓰기 함께 할수록 좋은 글 나와”

미국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은 글쓰기의 알파와 오메가를 말했다. ‘글을 써야 한다. 그리고 마쳐야 한다’. 글쓰기의 첫번째 왕도다. ‘무조건 써라’. “일단 마구써야 합니다. 시간을 정해 1분당 한 문장, 한 시간이면 60문장을 쓰는 거죠. 생각 깊게 하면 안 됩니다. 발목 잡히니까요. 우물물을 퍼내면 고이 듯이 마구쓰기 자체가 생각을 발전시킵니다.” (백승권) “자판을 두들기고 있으면 어디선가 창작의 여신이 나타나 마법의 가루를 뿌려줘요. 다만 읽기와 쓰기를 연계할 때 좋은 글이 나옵니다. 저는 독후감, 서평부터 시작하길 권합니다.”(이권우)

기자 출신인 백 소장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정책 보고서와 정책 기사를 작성하고 감수하며 누리집에 싣는 글을 다듬는 ‘데스크’였다. 6년 전부터 보고서·보도자료·자기소개서 쓰기 같은 실용 글쓰기 강의를 시작해 3년 전부터 해마다 200여회를 진행한다. 회사원·공무원·스님·목사 등 ‘학생’의 직업군도 다양하다. 지난해엔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뉴욕 등지에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6차례 강의를 했다. “한인 동포들의 글쓰기 욕구가 높았다. 미국에 와서 어렵게 성취를 이뤘는데 무언가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라고 그는 말했다. “글쓰기는 자기 인생을 정리하고 대면하는 행위입니다. 자전적 글쓰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던 비밀들이 나오는데, 막상 글로 써서 남에게 보여주고 나면 그렇게 고통받을 일만은 아니었다고 깨닫기도 합니다. 일종의 해원이랄까요.” (백승권)

이씨는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2008) <죽도록 책만 읽는>(2009) 등의 책을 내고 지난 10년 정도 대학이나 여러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해왔다. 그에게 배운 수강자는 줄잡아 1000여명을 훌쩍 웃돈다. 학생·법률가·교수·기업 대표 등 모든 수강생들에게 일일이 공개적인 ‘첨삭지도’를 해준다. “첨삭을 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이들도 있지만,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누구나 ‘멘탈’이 강해야 버틸 수 있는 이 시대에 글쓰기는 중요한 팁”이라는 것이다. 모든 글쓰기에는 지은이의 삶이 들어있고, 그것에 직면하지 않으면 글쓰기는 나아갈 수 없다. 더구나 요즘은 정년퇴직자나 전업주부들이 글쓰기를 배워 자비로 책을 펴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대면하라. 이것이 글쓰기의 두번째 비결이다.

글쓰기의 세번째 비결은 ‘소통하라’. 독백은 배설이지 글쓰기가 아니니까. 보고서 같은 실용적 글쓰기나, 서평쓰기나 똑같이 요구되는 방법이다. 이씨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데 시대적 배경이 있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대학에서 학생의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했고, 읽고 토론하고 쓰기를 권장했으며, 행정조직도 민주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백 소장도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상명하달로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없었고 정부도 담화를 발표하면 끝났지만 이제는 정부도 국민과 소통해야 하고 행정조직 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보고서 쓰기, 기안하기, 이메일 쓰기는 남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고, 이것이 곧 글쓰기다.

뿐인가. 정치적 사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정치의 계절, 소통을 하려면 상대의 생각을 읽고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 소장은 “정치적 글쓰기를 할 때도 무조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 이야기·비유·인용 등 손으로 만져질 수 있는 전략을 섬세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요한 건 기본기를 익히라는 것. 이씨는 정공법을 쓰는 ‘직구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구를 잘 던지는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때 승률이 높아지듯 아이러니·풍자 같은 전략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을 때 가능하니까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글쓰기 비법 몇가지를 공개한다. 첫째 쏟아놓고 고쳐라. 둘째 기본 형식과 패턴을 익혀라.(스티브 잡스의 졸업식 축사 등 참조) 세째 그러려면 먼저 신문의 ‘좋은 칼럼’을 읽고 구조를 파악한 뒤 글쓴이의 논증을 요약해보라. 네째 카테고리를 나눠 덩어리로 글을 쓴 뒤에 분절화해 검토하고 압축하라. 다섯째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보여주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라. 글쓰기는 도 닦기, 수행이나 같다. 자신을 검토하고, 성찰하는 것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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