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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이에게 봄을 맛보게 하세요

등록 2016-03-18 14:51수정 2016-03-18 17:18

찰떡 궁합 냉이와 바지락, 냉이바지락파스타와 냉이바지락전
도시의 봄은 살금살금 올 듯 말 듯 찾아온다. 주변이 온통 회색빛인 탓에 봄이 다가와도 알아채기 힘든 도시에서 봄소식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제철 음식이다.

시장으로 간다. 대형마트야 깔끔하게 손질된 채소가 대부분이라 왠지 제철 식재료도 인공 냄새가 진해 봄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시장으로 나섰다. 군것질도 하고, 장도 볼 참이다. 아이와 함께 말이다. 투덜대는 아이와 함께 나선 건 내심 속셈이 있어서다. 흰색이건, 푸른색이건 채소는 싫어, 오직 고기만 외치는 아들 녀석에게도 봄나물 하나쯤은 먹게 해주고 싶었다. 닭강정과 생과일주스로 입막음을 하고, 본격적인 장보기에 나섰다.

봄을 시샘하는 도시의 골바람은 여전히 겨울이지만 시장 난전은 온통 봄이다. 하얀 알뿌리에 연둣빛 줄기가 하늘하늘한 달래, 겨울 찬바람을 이겨낸 초록빛 냉이, 도톰한 작은 잎들이 옹기종기 모인 돌나물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데, 아이는 영 관심이 없다.

냉이 한 근을 사면서, 냉이를 좀 덜고, 대신 오이 한 개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아니 여기서 뺄 게 어딨냐며 오이는 그냥 넣어주신다. 세 식구 살림에 나물 한 바구니의 양이 많다 싶은데 덤까지 얹어주신다. 뒤돌아 가는데 괜히 웃음이 난다. 시장 보는 재미, 이런 건가 싶다.

장 보는 내내 시큰둥하던 아이가 생선가게 앞에 서니 눈을 반짝인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멍게에, 새우도 사자고 조른다. 파스타도 먹고 싶다며 바지락도 사잔다. ‘바지락을 사자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좀 전에 산 냉이를 맛있게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냉이는 봄나물 대표선수, 바지락은 봄 조개의 대명사 아니던가.

아이가 잘 먹을 수 있도록 ‘냉이바지락파스타’와 ‘냉이바지락전’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쌉쌀하면서 향긋한 냉이는 겨울을 나느라 축난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 그만이다. 바지락은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도 좋고, 나물에는 부족한 단백질도 풍부하다. 갯벌에서 조개를 캘 때 바지락 바지락 소리가 난다 해서 “바지락”이라는 이름을 얻은 조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조개이기도 하다. 왜냐. 바지락의 감칠맛을 따라갈 자가 없으니까.

냉이와 바지락의 궁합도 좋다. 냉이는 열을 가하면 향이 더 짙어진다. 냉이바지락된장찌개는 물론이고, 냉이볶음밥도 별미다. 어느 프랜차이즈 죽집에선 ‘냉이바지락죽’을 올봄 대표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예전에 우리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제철 음식을 많이 먹어야 철이 든다고. 아이들이 쓴맛 나는 채소를 비롯해 가리는 음식이 많다는 건 앞으로 그만큼 들어야 할 철도 많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어릴 때는 입에 대지도 않던 봄나물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미나리는 향이 좋다며 챙겨 먹고, 씀바귀는 쓴맛이 제맛이라며 찾아서 먹지 않는가 말이다.

아이는 냉이바지락파스타에서 여지없이 바지락과 국수 가락만 건져 먹었다. 하지만 냉이 향은 한껏 맡지 않았을까. 그렇게라도 봄을 맛보았을 것이다. 아이가 커서 봄의 맛, 냉이를 찾아 먹을 것이다. 지금 당장 냉이를 먹지 않으면 어떤가, 그걸로 됐다.

냉이바지락 파스타
냉이바지락 파스타

  <냉이바지락파스타/1인분 기준>

재료: 냉이 두 줌, 바지락 100그램, 스파게티면 150그램

부재료: 올리브유 4큰술, 편마늘 10개, 소금, 후추, 취향에 따라 페페론치노, 화이트와인 반컵

1. 바지락은 물 1리터에 소금 3큰술을 풀어 해감해 둔다.

2. 냉이를 손질하는데, 요즘은 농가에서 세척해 나온 냉이가 많다. 그래도 혹시 남아 있는 흙이 있다면 털어내고 누렇게 변한 겉잎을 깨끗이 다듬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는다.

3. 넉넉한 냄비에 물을 넣고, 소금간을 짭짤하게 한 다음, 스파게티면을 8분 정도 삶는다.

4.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마늘을 볶는다.(노릇노릇하게, 태우면 안 된다)

5. 해감된 바지락을 넣고 조개가 입을 벌리기 전에 화이트와인을 넣는다.

6. 삶아둔 면과 면수 3큰술을 넣고 재빨리 볶아낸 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7. 손질해둔 냉이를 올려 마무리한다.

 

냉이바지락전
냉이바지락전

 <냉이바지락전/5㎝ 크기 10개 정도>

재료: 바지락 100그램, 냉이 50그램, 밀가루 2큰술, 달걀 한개, 홍고추 한개. 소금 조금.

1. 바지락은 깐 바지락을 이용하면 좋다. 소금물에 헹궈둔다.

2. 냉이는 깨끗이 손질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밀가루는 재료가 섞일 만큼만 넣는 게 맛있다.

4. 준비된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다.

5. 식용유를 두르고 중간 불에서 은근히 부쳐낸다. 

글·사진 윤혜정/이형주 아이쿱 생협 공식 블로그 ‘협동으로 랄랄라’ 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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