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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낡은인식 지우고 ‘한국문화 역동성’ 새겼다

등록 2005-10-23 17:34수정 2005-10-23 17:46

폐막을 앞둔 주말인 22일 한국관엔 출판인들 외에 일반 관람객들이 몰려 평소보다 2∼3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폐막을 앞둔 주말인 22일 한국관엔 출판인들 외에 일반 관람객들이 몰려 평소보다 2∼3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결산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110여 나라 1만2천여 출판사들이 참여한 닷새 동안의 책 전시와 문화 행사를 마무리하고 23일(현지시각) 폐막했다. 한국은 2003년 독일 도서전조직위의 주빈국 초청을 받아들여 지난 2년 동안 한국 문화를 유럽에 알리는 29가지 전시·문화 프로젝트를 다채롭게 마련해 이번 도서전에 참여했다.

독일 도서전조직위원회(위원장 위르겐 보스)와 한국 주빈국조직위원회(위원장 김우창, 총감독 황지우)는 “주빈국 행사를 계기로 독일과 유럽인의 마음에 한국을 ‘문화와 전통의 나라’로 인식시키는 첫발을 내디뎠다”며 행사의 성공을 자평하는 분위기다. 최대 규모로 참여한 국내 110여개 출판사들도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외국 출판인들의 관심 속에 우리 책의 수출을 위한 ‘세일즈’를 벌이는 데 안간힘을 썼다.

위르겐 보스 위원장 “주빈국 행사 성공적”

‘한국적인’이란 뜻의 독일어 ‘코레아니시’(koreanisch)는 최소한 도서전 동안에 예전과 다른 뜻으로 쓰이는 분위기였다. 한국문학번역원 권세훈(47·독문학 박사) 팀장은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의 변방, 신흥 산업국가 등으로 인식됐으나 이번 행사를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자기 고유의 문화를 간직하고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빈국 행사 동안 주빈국관과 시내 ‘문학의집’에선 한국 작가들의 대담·강연이 잇따르면서 한국 문학이 유럽의 문학과 소통할 수 있는 씨앗을 마련했다. 한국에서 온 고은·황석영·이문열 등 40명 가까운 작가들에게 독일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해 이들은 어느 때보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한국 문화 공연들도 대체로 인기를 누렸다. 궁중 연회를 재현한 개막공연 〈책을 위한 진연〉은 독일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의 현대·전통 문화를 아우르는 여러 음악·미술·연극 공연과 전시회들도 성황을 이뤘으며, 21일 상영된 한국영화 〈형사〉의 상영극장엔 관람객 수백명이 몰려 일부는 바닥에 앉아 관람하기도 했다.

위르겐 보스(44)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도서전과 주빈국 행사는 여느 때보다도 성공적이었다”고 평하며 “아내가 한국 연극 〈지하철 1호선〉을 보고 왔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감탄할 정도로 문화행사들이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독 언론 “푸른 산과 흰 구름의 만남” 호평


도서전 개막 즈음부터 독일 언론들은 올해 도서전 주빈국인 한국에 관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주빈국조직위 관계자는 “개막식이 열린 18일 하룻동안 주요 신문·방송이 도서전과 관련한 210여건의 보도를 내보냈는데 절반 가량이 한국과 관련한 기사들”이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3월부터 독일 도시들을 돌며 연 한국 작가 낭독회에 대한 독일인의 참여와 관심이 저조했던 이전의 분위기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고은·황석영·김동리 등 개별 작가들을 다룬 기사들 외에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다룬 주요 기사들은, 〈라이프치거 폴크스차이퉁〉 “초점의 대상, 한국 문학”,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독일의) 푸른 산이 (한국의) 흰 구름을 만나다”, “구텐베르크 이전의 인쇄 발명”, 〈슈테른〉 “한국문학: 낯선 땅의 매력”, 〈쥐트도이체 차이퉁〉 “경제 기족을 이룬 분단국가: 도서전 주빈국 한국”, 〈디 벨트〉 “도서전 선두주자: 프랑크푸르트의 서풍은 한국의 작가들” 등으로 중립적이거나 호의적인 시각으로 다뤄졌다.

한국관에 유럽인 발길 “성과는 일러”

국내 출판사들의 전시 부스가 마련된 한국관에도 유럽 출판인과 관람객의 발길이 예년과 달리 잦아지면서 한국 그림책과 문학책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았다. 창비 김정혜(37) 문학출판부 팀장은 “이탈리아·독일 출판사들이 이번에 집중 소개된 한국 작가들 외에 서사 구조가 튼튼하고 역동적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하지만 당장 우리 책의 유럽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계절, 민음사, 문학동네, 문학세계사 등 여러 출판사들이 외국 출판인들과 저작권 거래를 성사시키거나 거래 제의를 받았다.

한편 북한이 불참하고, 주빈국 행사가 우리 문화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책들보다 문학 책 중심으로 치러졌고, 한국 쪽이 추진한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국의 정원’ 공사가 늦어져 개장일이 12월로 연기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프랑크푸르트/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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