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쌈과 궁합 좋은 풋마늘장아찌 담그기 제철
제주도에선 이맘때 집집마다
풋마늘장아찌 담그기 한창
춘곤증 예방·입맛 자극 좋아
제주도에선 이맘때 집집마다
풋마늘장아찌 담그기 한창
춘곤증 예방·입맛 자극 좋아
김장김치의 냄새가 달라졌다. 김치의 맛과 향이 새콤함을 넘어 시큼함으로 넘어갈 때, 봄은 성큼 우리 곁에 온다. 마늘엔 싹이 나기 시작하고 대파에는 곧 꽃망울이 맺힐 것이다.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했다. 세상 맛있던 음식도 그때가 지나면 맛도, 향도 잃는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자연의 이어달리기가 기다렸다는 듯 바통을 들고 서 있으니. 싹이 난 마늘과 꽃이 핀 대파를 대신할 풋마늘! 이제 풋마늘을 먹을 때가 온 것이다.
풋마늘은 아직 덜 여문 마늘의 잎줄기를 말한다. 잎마늘이라고도 한다. 마늘은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넘기고,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수확을 한다. 마늘통이 굵어지기 전에 마늘의 잎은 풋마늘로 먹고, 꽃대가 완전히 자란 마늘의 꽃줄기인 마늘종도 먹는다. 마늘이야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니 우리는 일년 내내 마늘을 먹는 셈이다. 인천공항에 첫발을 디딘 순간 마늘 냄새부터 난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풋마늘은 마늘이 여물기 전에 먹기도 하지만, 인기가 많아지면서 남해와 사천, 제주 등지에서는 따로 품종을 심기도 한다. 9월에 파종해 1월말이면 수확에 들어가는 곳도 있으니, 농가에서는 짧게 키워 소득이 되니 효자 작물 중 하나이다.
풋마늘은 나른한 봄, 입맛을 돋워주고,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 생김새는 대파와 비슷하며, 열이 많아서 빨리 시드는 특징이 있다. 잎사귀가 조금 질긴 듯해야 좋고, 몸통은 중간 것이 좋다. 너무 두꺼우면 심이 있는 것으로 식감이 좋지 않다.
풋마늘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먹어도 좋고, 멸치젓갈을 넣고 김치를 담가 먹어도 입맛 돋우기에 그만이다. 뿌리는 잘라 육수를 낼 때 써도 좋다. 돼지고기와도 궁합이 좋아, 쌈에 하나 곁들여 먹으면 고기가 끝도 없이 들어간다. 마늘을 대신해 각종 양념장에 넣어도 그만이다. 콩나물밥의 양념장으로도, 구운 김의 양념장으로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주에서 마늘은 전국 재배량의 약 13%를 차지하는 제2의 소득 작물이다. 그래선지 예로부터 제주에서는 풋마늘을 활용한 음식이 많다. 지금쯤 제주도 각 집에서는 풋마늘대로 장아찌(사진)를 담근다. 이를 마농지라 하는데, 그 양도 일반 가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담근다. 일 년이 지나도 그 맛이 변치 않아 한여름 밑반찬으로 먹기도, 생선조림에 같이 넣어 먹기도 한다.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한여름 뙤약볕에 마늘 밭에서 땀 흘리고 있는 제주의 아낙을. 어깨는 아프고, 땀도 나고 목도 타는데, 점심때가 됐다. 집에 먹을 것이라곤 찬밥 한 덩이와 마농지뿐이다. 물에 생된장을 살짝 풀고, 찬밥을 말아, 봄에 담근 짭짤한 마농지 한 점을 얹어 먹는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그 밥상에 한번 끼어들고 싶지 않은가. 그렇게 술술 넘어가는 마농지 한 점의 밥 한 끼가 마늘농사의 고단함과 이마에 흐른 땀줄기도 식혀주지 않았을까.
농사의 완성은 먹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부터 쏟아져 나올 농산물들을 하나씩 먹어보자. 올봄에는 풋마늘 장아찌를 담그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무더운 여름을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글 윤혜정, 사진 이형주 아이쿱 공식 블로그 ‘협동으로 랄랄라’ 편집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