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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김영나 관장 경질 진짜 이유 뭐냐구요?

등록 2016-03-28 19:47수정 2016-03-28 21:32

[친풀뉴스] 국립중앙박물관장 전격교체 사태
이달 초 갑자기 경질된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요즘 문화계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프랑스장식미술 기획전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경질당한 게 확실하다고 그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털어놓았기 때문인데요. 많은 독자들이 이 전시가 어떤 경위로 추진됐다가 무산됐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좀더 상세한 전말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프랑스 명품사들, 청와대에 청탁

박물관 쪽 설명을 들어보면, 이 전시는 2014년 1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사업의 대표 행사로 프랑스 쪽에서 제안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파리 루브르 미술관 경내의 국립장식미술관과, 프랑스 명품 디자인 업체 53곳이 홍보를 위해 꾸린 협동조합 격인 콜베르 재단이 공동 주최하면서 르네상스기부터 현대까지 프랑스 장식패션 미술의 역사를 옛 명품부터 현대 제품까지 한자리에서 보여주자는 게 주된 얼개였습니다. 김영나 관장을 비롯한 한국 쪽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프랑스 업체들의 상품까지 박물관에 대거 전시될 경우 국내 정서상 반발 여론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전달했습니다. 국립장식미술관 쪽은 이런 우려에 수긍하는 쪽이었으나, 논의가 거듭될수록 콜베르 재단과 업체들이 노골적으로 유통되는 명품 홍보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시를 끌어가려 해 갈등이 빚어졌다고 합니다. 콜베르 재단을 꾸린 명품 업체들이 최근 명품과 20~30년 전 명품을 회사당 두 점씩 옛 장식컬렉션에 뒤섞어 전시하려 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에 보고 안할 수 없어”

김 관장은 박물관 1층에 별도로 업체 유통 명품을 따로 묶어 전시하는 등의 대안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전시 준비가 계속 주춤거리자 명품사들은 지난해 연말 주한 프랑스대사를 통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쪽에 박물관이 적극 협력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뒤 김 관장에게 2월 초까지 청와대 호출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의 채근 등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청와대 쪽은 전시 무산 뒤 대통령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박물관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하더군요. 이 전시가 한-프랑스 수교 기념행사의 얼굴이라고 할 만큼 상징성이 크고, 프랑스 장식미술의 역사적 명품들이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례 없는 기획전일 뿐 아니라 수십억원대의 비용을 프랑스 명품사들이 지원하는 만큼 사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청와대와 문체부의 압박으로 김 관장은 결국 옛 명품에 현재 명품들을 섞는 전시 원안들을 2월 초 수용했으나, 이번에는 콜베르 재단 쪽이 시간이 늦었다며 포기를 일방 통고해 2월 중순 전시는 물거품이 됩니다. 그 뒤 격노한 청와대가 전시 무산의 근본 책임을 김 관장과 박민권 문체부 1차관에게 지웠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경질파문 덮기’ 대체전시?

노형석 기자
노형석 기자
미술관 사이의 전시 교류에 관이 개입해 개최를 압박하고 인사 경질까지 벌인 건 국내외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프랑스 업체 쪽이 청와대에 협력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국격 또한 손상된 셈입니다. <한겨레> 보도 직후인 25일 박물관 쪽은 내년에 프랑스장식미술관과 옛 장식유물 중심으로 대체 전시를 하기로 했다고 알렸습니다. 수교 130주년 행사 기간은 올해까지입니다. 기간도 맞지 않고 중앙박물관장 경질 파문을 덮으려 뒤늦게 전시를 급조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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