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인씨
첫 장편 낸 홍보전문가 장상인씨…커피농장 체험·카페순례기 담은 ‘팩션 소설’
고통이 창조의 원천이듯, 때론 ‘오기’가 창작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최근 첫 장편소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티핑포인트)을 펴낸 홍보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 장상인(66)씨도 그랬다.
“5년 전 파푸아뉴기니산 커피 원두를 수입하는 사업가와 홍보 상담을 했는데 첫 만남에서 ‘퇴짜’를 맞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명색 홍보 경력 30여년 만에 그렇게 거절을 당한 건 처음이어서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길로 서점에 가서 커피 관련 책을 한보따리 사온 그는 깔끔한 홍보기획안을 다시 제안해 곧바로 일감을 따냈다. 그때부터 자청해 파푸아뉴기니 커피농장 견학까지 하면서 그는 점점 ‘검은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파푸아뉴기니의 산속에 있는 커피농장에서 원주민들에게 손짓발짓으로 배워 커피콩을 따며 가난한 삶의 노고와 고뇌를 실감했죠. 생두도 볶고 커피를 내려보면서, 맛있는 커피가 되라고 기도하는 바리스타나 로스터의 마음을 헤아려보았고요. 한 잔의 커피에 담긴 깊은 가치, 커피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지 농장에서 본 아이들은 놀면서 커피체리를 따 먹고 안에 든 커피콩을 모아 엄마에게 가져다주곤 했다. “‘엄마! 여기 커피콩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커피가 돈이자 생존의 열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거죠.”
그에게 소설적 영감을 일으킨 것은 흘러흘러 남태평양의 오지 섬까지 모여든 한국인들의 구구절절 인생사였다. ‘남다른 가족사의 곡절을 겪고 15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 정착하고자 돌아온 ‘커피 달인’ 강리나, 그는 쌍둥이 남동생 리호의 후배이자 커피 수입업자인 원배와 커피숍을 차리기로 한다. 원배의 후배이자 바리스타인 김지훈이 가세해 커피숍 ‘악마와 천사 1호점’을 오픈한다. 그사이 지훈은 연상인 리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갈등이 빚어진다’는 소설의 기본 설정이 그렇게 잡혔다.
작품 완성까지는 5년이란 짧지 않은 숙성기를 거쳤다. “파푸아뉴기니를 비롯해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을 직접 다니면서 제 눈으로 보고 느끼고 마신 것을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어요. 창작이라기보다는 있는 사실을 블렌딩하고 로스팅했다고 표현할 수 있죠.”
2006년부터 여러 매체에 ‘르포형 칼럼’을 연재해온 그는 이 작품을 ‘팩션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커피 상식 사전’이라 할 만큼, 커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에 의해서 발견되었다’는 원두의 기원에서부터, 팔레타 장군의 불륜과 배신 덕분에 ‘커피 대국’이 된 브라질 이야기,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의 코나 같은 명품 커피의 탄생 배경 등등 세세한 정보가 가득하다.
그는 우리보다 커피 전래 역사가 앞선 일본의 카페도 두루 순례했다.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도쿄 긴자의 커피숍부터 요즘 마니아들 사이에 뜨는 전문점까지 체험담을 2개의 장에 녹여 넣었다.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과 고전, 명소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이런 특별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경력이 있다. 동국대 행정학과를 나와 1976년 한국전력을 시작으로 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 팬택계열 기획홍보실장까지 30년 넘게 홍보맨의 길을 걸었다. 2008년부터 홍보회사인 제이에스아이(JSI)파트너스를 운영하면서 터키, 필리핀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발굴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2007년 수필가로 시작해, 2009년 단편 ‘귀천’으로 <문학저널>을 통해 등단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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