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세데프지앙 셰프. 사진 줄리아 세데프지앙 제공
[짬] 프랑스 ‘스타 셰프’ 줄리아 세데프지앙
116년 발간 역사상 최연소 셰프
파리 중심가 레스토랑 총주방장
“14살때부터 제일 먼저 나와 늦게까지” 한·프 수교 130돌 기념행사로 방한
“새벽 2시 사먹은 길거리음식 감동” 총괄 셰프로는 매우 어린 나이인 그가 ‘별점’을 딴 비결은 뭘까? “주방에 있으면 나이를 잊어요. 14살에 요리에 입문했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어요. 행운도 따랐지요.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선배들이 나를 칭찬해주고 아껴줬어요. 그들은 커다란 날개를 펴서 나를 보호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들 눈에는 어린 사람이 매일 가장 먼저 나오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모습이 예뻤나봐요.” 좋아하는 일에 흘린 땀은 거짓말을 안 한다. 선배들의 실력을 스펀지처럼 흡수한 그는 수셰프(부주방장)가 된 지 2년 만에 지금의 레스토랑에서 총괄 셰프가 됐다. 주방은 흔히 춘추전국시대의 무림에 비유된다. 칼 같은 위험한 주방도구가 널려 있고 한눈팔면 자칫 불길이 천장을 뒤덮을 수도 있는 곳이 주방이다. 위계질서가 강한 군대 같은 곳이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나이 어린 여성이 남성문화가 지배적이고 전투적이기까지 한 주방을 이끄는 게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그런 점들이 제약이 되진 않았어요. 주방에서 총대장은 저잖아요. 오히려 주방의 강한 위계질서가 도움이 됐어요. 저보다 능력 있는 남성이 있었다면 그가 총괄 셰프가 됐을 겁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직책입니다. 그 누구와의 경쟁이나 (남성 셰프의) 음해 따위를 두려워해본 적이 없어요.” 그는 ‘잔 다르크’처럼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초년병 때부터 그런 성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 자신을 진심으로 굳게 믿으니 자신감도 따라왔어요. 리더인 지금은 제 자신을 더 믿어요. 나를 믿지 않으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자리가 총괄 셰프죠.” 그는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고향 니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레스토랑 취업을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 “어쩌겠어요. 그런 곳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곳을 찾아다녔죠.” 그는 자신이 롤모델로 삼았던 선배 여성 요리사 안소피 피크(‘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스타 셰프)처럼 자신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문득 그의 요리가 궁금해졌다. 글이 곧 작가이고, 화폭이 곧 화가이고, 음표가 곧 가수이듯이 그의 맛은 그의 모든 것이다. “‘대구 알리오올리오’가 최고죠. 그 요리가 바로 접니다. 제 고향 니스의 지중해 맛을 대변하죠. 제 유년 시절 추억이 담뿍 담겨 있어요. 다들 그 요리를 먹기 위해 옵니다.(웃음)” 그는 한국에서 새벽 2시에 먹었던 길거리 음식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떡볶이, 순대 등은 파리에선 맛볼 수 없는 매우 재미있는 맛이었어요. 한식을 많이 먹었는데, 비빔밥이 유독 생각나네요. 식재료로서 해초 등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사흘간 서울 신사동에 있는 레스토랑 류니끄의 류태환 셰프와 협업해 맛깔스러운 디너 만찬을 펼쳤다. “제 요리 철학은 ‘즐거움’입니다. 제가 요리를 해서 즐겁고, 제 음식이 누군가를 즐겁게 해줘 맛으로 서로의 삶을 유쾌하게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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