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를 박물관·미술관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뮤지엄 프로젝트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가 1300억여원을 들여 공예박물관을 지을 예정인 서울 안국동 현 풍문여고 모습.
박원순 시장 강한 의지 비친 뒤
서서울미술관·한국공예박물관 등
13곳 청사진 그려 속성 추진
김홍남 자문단장 “문화복지 취지”
복잡한 이해관계 등 ‘진통’ 예상
서서울미술관·한국공예박물관 등
13곳 청사진 그려 속성 추진
김홍남 자문단장 “문화복지 취지”
복잡한 이해관계 등 ‘진통’ 예상
앞으로 6년안에 서울을 거대한 박물관·미술관의 도시로 탈바꿈시킨다?
유례 없이 대규모로 추진중인 서울시의 ‘뮤지엄 만들기’ 프로젝트가 최근 문화판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박원순 시장과 측근 문화계 인사들의 주도로 한국공예박물관, 서서울미술관, 백남준 기념관 등 13개나 되는 박물관, 미술관을 2022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서울 곳곳에 설립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중이다.
시 쪽은 지난해 6월 신설된 박물관 진흥과를 중심으로 13개의 뮤지엄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새 시설들을 운영할 산하 기관들을 지정하는 등 추진작업을 독려하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2014년 2기 시정을 시작하면서 박물관·미술관 증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는데, 수백여개의 뮤지엄 아이디어 구상을 측근, 직원들에게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아이디어 사업을 지난해 가을 박 시장 측근인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문단장역을 맡으면서 지난 연말까지 13개 프로젝트로 정리했고, 지난달 전담조직인 문화시설사업추진단 직제도 통과시켜 청사진 만들기에 들어간 상태다. 7월 중으로 추진단을 발족시키고 연말까지는 주요 미술관·박물관 건립의 기본 틀을 확정한다는 일정이다.
특히 서울시립미술관은 올들어 별개의 프로젝트 추진팀을 만들고 전시기획자 김희진씨를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관장하는 프로젝트는 네곳. 서울 금천구청 뒤켠의 녹지공원에 들어설 서서울미술관, 평창동 옛 가스충전소 자리에 들어설 미술도서관을 비롯한 문화복합공간, 창신동 백남준 생가터의 백남준 기념관, 창동 복합문화지구에 짓는 사진미술관이다. 우선 7월 백남준 기념관이 한옥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하며 평창동 문화공간은 설계안을 국제공모할 예정이다.
박물관 프로젝트의 경우 가짓수가 9개로 훨씬 많다.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시가 직영할 공예박물관 사업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공예장르의 역사를 담을 대형 전시관으로 서울 북촌 풍문여고 터에 1300억여원을 들여 짓게 된다. 서울 공릉등 옛 북부지원 건물에 들어설 시민생활사박물관과 돈의문터의 도시재생박물관, 확장신축되는 동대문 한양도성박물관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운영을 총괄한다. 창덕궁 돈화문로의 민요박물관과 풍납토성 발굴현장의 야외박물관, 성북동 조선시대 생활사거리 박물관, 에듀테인먼트 시설을 표방한 창동 로봇박물관은 아직 운영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홍남 자문단장은 “국내 지자체 사상 초유의 대형 뮤지엄 프로젝트로 다른 지자체의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변두리 곳곳까지 박물관 미술관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균등한 문화 복지를 누리게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의 시선은 기대감과 우려가 뒤섞여있다. 시민 공간 구석구석에 선진국처럼 뮤지엄 공간을 채우겠다는 뜻은 수긍하지만, 시장 임기에 맞춰 다분히 속성으로 추진하는데다 각 예술장르 장인, 작가들 사이의 이해관계들이 엉켜있어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전망, 인력수급, 운영 등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별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공예박물관, 평창동 미술도서관 등은 벌써부터 추진과정을 놓고 관련 문화단체들과의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공예박물관의 경우 시설을 작업실·홍보창구로 활용하려는 무형문화재 장인, 한국공예예술가협회 작가들과 마찰이 생기고 있고, 평창동 복합문화공간도 이 지역의 문화공간 신설을 처음 거론했던 문화인 모임인 평창문화포럼(회장 이순종 전 서울대 교수)과 서울시 사이에 운영지분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는 낌새다. 이인범 상명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뮤지엄을 만드는 건 세상과 예술을 바라보는 또하나의 생각을 만들어 내보이는 작업”이라며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조직의 성격과 운영방향, 인력 확보 등에 대한 열린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설 평창동 차고지(옛 가스충전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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