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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그림 치우는 이재용…‘어머니 미술관’에도 손댈까

등록 2016-04-27 19:23수정 2016-04-27 22:32

2012년 4월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멕시코 재벌 카를로스 슬림(가운데) 텔멕스텔레콤 회장과 함께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고미술품을 관람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2년 4월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멕시코 재벌 카를로스 슬림(가운데) 텔멕스텔레콤 회장과 함께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고미술품을 관람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그룹 구조조정 시작
17년 역사 ‘플라토’ 전격 폐관조치
최근 어린이박물관 사업도 정리
리움 미술관도 현상유지에 ‘방점’

선대와 달리 현대미술 애착없어
홍라희에 “낭비없게 조언해달라”
시계가 뿌옇다. 국보 150여점에, 동서양과 한국의 고고미술 명품들이 가득한 삼성가 컬렉션의 앞날이 그렇다. 삼성그룹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국내 최고 미술명가인 삼성 컬렉션 장래를 놓고 미술판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관심의 초점에 삼성 새 사령탑에 등극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그가 최근 그룹 내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이병철, 이건희 선대회장의 숨결이 깃든 컬렉션과 미술관을 어떤 구상으로 꾸려나갈지를 놓고 억측이 쏟아지는 중이다.

최근 삼성가 미술관 중 하나인 서울 태평로 ‘플라토’는 잇따라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월 그룹이 부동산재벌 부영 쪽에 플라토가 있는 삼성생명 건물을 5000억여원에 매각한 데 이어, 3월 중순 플라토의 문을 닫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1999년 로댕갤러리란 이름으로 개관한 플라토는 운영주체인 삼성문화재단이 94년 100억여원을 주고 사들인 조각거장 로댕의 대작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등장했다. 이후 백남준, 박이소, 오노 요코, 무라카미 다카시 등 국내외 대가들 전시를 열면서 미술판 실세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2007~10년 미술비자금 파문으로 휴관했다가 2011년 플라토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한 바 있다.

건물 매각 뒤 미술계에서는 플라토의 서울 강남 삼성사옥 이전설도 돌았지만, 뒤이은 폐관으로 예측을 뒤엎었다. 재단과 미술관 쪽은 이전안도 검토했으나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재단 관계자는 “이전은 미술관을 다시 짓는 것과 같아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재단 쪽은 안소연 부관장 등 소속 인력들을 내보내고, 로댕 작품들도 용인 호암미술관 수장고로 옮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미술관 사업도 찬바람이 분다. 2004년 리움 개관 때 주축이던 삼성어린이박물관의 경우 최근 인력을 내보내 별도 법인화하고 분가시켰다. 수년 새 중견 학예직들이 상당수 퇴직한 리움도 이미 계획된 전시들만 진행하는 현상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미술시장의 큰손인 삼성가의 작품 구입도 재단 쪽은 수집 방침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밝혔지만, 화랑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서의 작품 구매가 사실상 동결됐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삼성가 사정에 밝은 한 미술인은 “최근 이 부회장이 어머니 홍라희 리움관장에게 자신이 미술품 수집에 심취해 돈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잘 조언해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들었다. 모친의 애착이 강한 플라토에 손댄 것을 보면, 수집가보다는 사업가 기질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총수 승계를 공표한 이 부회장은, 청년시절부터 도자기·공예 등 고미술을 두루 섭렵한 선대 회장들과 달리 전문적인 컬렉터 수업을 받은 경험이 없다. 사람에 대한 인문학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선대 회장의 권유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진학한 그는 고지도, 금석문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리움에 ‘한국건축예찬’‘세밀가귀’ 전 같은 고건축·고미술 명품전이 잇따른 것도 이런 취향의 반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현대미술에는 별다른 애착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게 미술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2007~2008년 삼성가 미술품 비자금 특검의 빌미가 된 미국 팝아트작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에 얽힌 악연을 갖고있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 저택에 이 작품이 있었다는 말을 그에게서 들었다고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하면서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가의 고액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서미갤러리의 홍송원 대표도 이 부회장이 ‘행복한 눈물’이 만화 같다면서 매입을 반대했었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리움의 장래 운영 구상이나 미술에 대한 식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집무 중 틈틈이 시간을 내어 어머니 홍 관장과 미술관을 돌며 감각을 익히는 모습이 이따금 목격되곤 한다. 그는 2014년 10월 간송미술관 기획전 개막식에 홍 관장과 같이 나타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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