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콘텐츠 거래시장인 견본시 포스터들. 일본과 대만이 근래 들어 한국의 견본시와 비슷한 시기에 열면서 한류 견제에 나서고 있다.
고빗길에 선 한류 ② 밖에서 거세지는 역풍
한류 바람이 한국으로서는 기회이지만, 정작 바람을 맞는 곳에서는 위기이기도 하다. 한류의 발원지인 중국과 대만, 일본에서 견제의 바람이 드세지는 것도 그래서다. 일본과 대만은 방송 프로그램 거래 시장인 견본시를 구성해 한류에 편승하며 동시에 견제하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외국 드라마 등 프로그램의 수입과 편성을 규제하면서 한류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이들 나라에서 불고 있는 반한류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도전받는 견본시장=한류의 진지 구실을 한 한국의 국제방송영상 견본시(BCWW)에 맞서, 일본과 대만도 지난해부터 비슷한 시기에 견본시를 만들어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다. 11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방송영상 견본시는 올해로 5회를 맞는데 <겨울연가>를 비롯해 <대장금> <다모> <허준> 등 한류 드라마들의 수출 계약이 맺어진 한류의 주요 거점이다. 이 견본시의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일본과 대만의 견제 탓에 참가국과 전시회사·전시비율 등은 감소 추세다.(표 참조) 국제방송영상 견본시를 기획·운영하는 에이트픽스의 정삼 팀장은 “일본·대만·중국·싱가포르 등에서 열리는 견본시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범해 26~28일 일본 도쿄에서 2회가 열리는 티프콤(TIFFCOM)은 특히 중화권 콘텐츠의 구매력이 높아 중국 업체들이 선호하는 시장이다. 더구나 지난해 1회 때, 티프콤은 주제를 ‘아시안 웨이브’(아시아류)로 잡아, 한류에 편승하고 ‘물타기’하려는 의도를 명백히했다. 올 11월10~14일 대만에서 열리는 ‘타이베이 티브이 페스티벌’은 더욱 노골적으로 국제방송영상 견본시를 견제하고 있다. 지난해엔 국제방송영상 견본시 개최일 다음날인 11월15일 열었고, 중국 본토의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공조해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매년 12월 싱가폴에서 열리는 ‘아시아 티브이 포럼’과 중국 본토의 쓰촨 티브이 페스티벌 등 4대 견본시 등도 국제방송영상 견본시의 큰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권오대 <한국방송> 국제방송팀 차장은 “국제방송영상 견본시는 한류 활성화와 직결돼 있다”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대만,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견본시
한류에 한편으론 편승 한편으론 물타기
중, 수입 규제… 일 ‘안티 한류’ 만화까지
편성 규제로 한류 길들이기=방송 규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중국 쪽은 한류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수입 드라마의 방영 시간대를 오후 6시~밤 10시까지, 방송 비율을 15%로 규제하고 있다. 또 같은 수입 드라마를 3개 이상의 성급 방송국 위성 채널에서 방송할 수 없도록 하고, 같은 나라의 같은 소재 프로그램은 연간 총수입량의 25%로 제한하고 있다. 최근 중국 ‘티브이 드라마 소재·시장 연구회’는 한국 드라마 규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한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를 중국 정부에 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중국 정부가 곧 한국 드라마에 대한 방송 규제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강만석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중국 쪽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늘리고 있다”며 “시간대와 쿼터, 장르 등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특정 지역에 특정 국가의 프로그램을 막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5년간 주요사항
반한류 움직임=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일본·중국 등지에서 불고 있는 ‘반한류’의 움직임도 한류에 역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나온 홍콩 <아주주간>은 “현재 중국 방송 관계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공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서 큰 케이크 조각을 한국 드라마에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는 저장방송국 팡위의 말을 실었다. 일본 쪽에선 ‘한류를 미워한다’는 뜻의 만화책 <혐한류>로부터 반한류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의 고등학생이 한·일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극동 아시아 조사회’라는 곳에 가입해 ‘한심한 한국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는 줄거리다. 일본의 미디어가 직접 ‘혐한류’를 다루는 상황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에서 일고 있는 ‘안티 한국’의 움직임은 한류에 구정물을 끼얹을 수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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