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철 국가건축정책위원장
김석철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 별세…20년 암투병중에도 ‘현장’ 열정
서울 예술의전당과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설계한 원로건축가 김석철(사진)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12일 오전 5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3.
고인은 함남 안변 출신으로 서울대 건축과를 나와 한국 현대건축의 양대 거장으로 꼽히는 김중업·김수근에게서 건축 실무를 배웠다. 20대 시절인 70년대 서울 여의도 도시공간의 뼈대인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서울대 관악교정 기본계획 등을 만드는 등 40여년간 국내 건축과 도시계획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특히 80년대 서울 예술의전당 국제현상공모에서 두 스승을 비롯한 국내외 건축대가들을 제치고 당선돼 주목을 받았고, 95년에는 신설된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설계를 맡으면서 한국 대표 건축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쿠웨이트 자흐라 주거단지, 중국 베이징 경제특구와 취푸 신도시, 아제르바이잔 바쿠 신행정도시 등 세계 주요 도시계획도 입안했으며 황해공동체, 압록강·두만강변의 남북·중국 합작도시 클러스터 계획안 등 21세기 한반도 개발전략도 제시했다.
“건축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면서 최고의 기능을 해야한다”는 지론을 피력해온 그의 건축은 도시와 지역성, 미래를 포괄하는 거시적인 시야와 통찰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정부 압력으로 설계안이 변형된 예술의전당이나 베네치아 한국관의 기능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이듯 그가 남긴 일부 건축물들은 시민, 문화계의 시각, 정서와 상당한 간극을 드러내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고인은 베네치아대, 미국 컬럼비아대, 중국 칭화대학 등의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명지대 석좌교수와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50대 후반 식도암 등으로 수술을 받은 그는 20년 넘게 투병하면서도 최근까지 서울 비원 근처에 생산·문화·유통이 어우러진 작은 도시공동체 ‘한샘성체’의 설계작업에 전념해왔다.
유족으로는 동생 석동(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전 금융위원장)씨, 아들 영재(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실장)씨, 딸 국희·혜원·영나씨, 사위 박창근(강원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노영진·(영진본정형외과 원장)·육종윤(KT 차장)씨, 며느니 김영화(아키반건축도시연구소 연구원)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7시다. (02)2072-209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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