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토 유물
백제시대 제련·정련 시설터 드러나
충북 충주 남한강변 대문산의 명승지 탄금대는 이땅의 음악과 전쟁에 얽힌 역사가 깃든 곳이다. 가야에서 귀화한 신라 음악의 대가 우륵이 여기서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1592년 임진왜란 때는 신립 장군이 배수진을 쳤다가 왜병에 패전한 뒤 자결한 비운의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곳 탄금대 기슭의 칠금동에서 1600여년전 백제인들이 만들던 철 생산유적이 드러나 화제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올 상반기 탄금대 남쪽아래 경사면을 조사하다 백제시대 철을 만들던 제련·정련 시설터 등을 다수 확인했다고 1일 발표했다. 발견된 유적은 철광석을 녹이는 가마로 만든 원형 제련로터 4기와 원석을 부수던 파쇄장·배수로, 철 생성물을 녹여 불순물을 없애는 정련로터, 불을 때던 각종 소성유구 등으로 이뤄져있다. “유적 밀집도가 높아 이 지역이 당시 주요 철 생산단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적 세부를 보면, 1호 제련로터는 바닥의 습기를 막기위해 땅 아래 50㎝ 정도를 판 뒤 숯(5~10㎝)과 모래(30㎝), 점토(5~10㎝)를 차례로 채워놓았고, 약 20㎝ 두께로 벽체 외곽에 단단한 점토를 덧대어 보강한 흔적이 보인다. 4호 제련로터의 경우 내부 구덩이 안에서 탄화목재가 발견됐는데, 철의 원석을 정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슬래그)가 흘러내린 흔적이 보여 눈길을 끈다. 연구소 쪽은 “탄화목 위에 슬래그가 흘러내린 사례는 국내 유적중 처음 발견된 사례다. 한반도의 고대 철제조 과정을 복원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반층 위로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슬래그 등이 매립된 흙층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매립된 층마다 다시 가마를 만들어 사용하고 다시 폐기한 흔적도 드러난다는 점에서 철 생산이 장기간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유적의 연대는 출토된 대형 항아리편 등으로 미뤄 대략 4세기대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소 쪽은 “유적과 출토품 등이 중원 지역 철기생산을 대표하는 유적인 충북 진천 석장리 백제 제철유적과 매우 닮았다. 부근의 탄금대 토성 안에서도 덩이쇠(철정)들이 무더기로 출토된 바 있어 탄금대 부근이 백제의 중요한 철 생산 기지였다는 것도 분명히 알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발굴성과는 2일 오후 2시 칠금동 현장에서 일반 공개된다. 상세한 내용은 연구소(043-850-7813)로 문의하면 된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제공
제련로의 구덩이 내 탄화목에 흘러내린 슬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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