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만치니 ‘모두가 디자인…’ 펴내
문제는 회복력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혁신디자인 운동에 몸바쳐온 디자인 이론가 에치오 만치니(이탈리아 밀라노공대 디자인과 명예교수)가 역저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안그라픽스 펴냄)에서 외치는 화두는 단순명쾌하다. 기술적 발전과 극도의 산업화로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지역 공동체가 무너져가는 21세기 지구촌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은 회복력, 곧 한 사회가 노출된 위험요소 탓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스트레스, 분열을 극복하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세계 곳곳의 일상에서 위험사회가 눈앞에 도래한 실정에서 디자이너들은 사회의 회복력을 강화시키는 데 촉매제가 되어야 하며, 이는 지역 곳곳에 흩어진 분산화된 생산·소비 시스템과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한 연결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입문서’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이를 위한 미래적 비전으로 ‘작고(Small), 지역적이며(Local), 열려 있고(Open), 연결된(Connected)’ 특성을 지닌 디자인, 이름하여 ‘에스엘오시(SLOC) 시나리오’를 꺼내든다. 작고 지역적인 디자인이야말로 소규모 지역 공동체의 유대를 높여주며, 분산화되고 회복력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는 통찰이다. 이런 지역 단위의 소규모 디자인들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확산되는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회혁신디자인의 지향점이라고 지은이는 역설한다. 주거가 불안정한 청년과 집을 가진 노인이 함께 거주하며 만들어내는 ‘호스팅 스튜던트’ 프로그램, 이웃 공동체 활동의 활성화를 꾀한 협동주거 모델 등의 다채로운 사회적 디자인 협업 사례들을 통해 전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협동적 디자인을 지원할 수 있는지도 예시하고 있다. 295쪽. 1만8000원.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