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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성당’ 디자이너 “확고한 의지가 최상의 가치”

등록 2016-06-15 16:36수정 2016-06-15 19:46

영국 스타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 내한 기자간담회
영국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왼쪽)이 15일 내한 기자간담회장에서 인사동에서 샀다는 바지를 일어서서 보여주고 있다. 옆 사람은 전시를 기획한 케이트 굿윈 영국왕립미술원 큐레이터. 연합뉴스
영국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왼쪽)이 15일 내한 기자간담회장에서 인사동에서 샀다는 바지를 일어서서 보여주고 있다. 옆 사람은 전시를 기획한 케이트 굿윈 영국왕립미술원 큐레이터. 연합뉴스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일 수 있냐고요? 그건 제 화두가 아닙니다. 우리 디자인은 스튜디오에서 숱한 이들과 끝임없이 논의하고 실험하면서 아이디어를 가꿔나간 결실이죠.”

‘씨앗성당’ 별명이 붙은 2010년 상하이엑스포 영국관의 고슴도치 건축물과 미국의 구글 신사옥 설계자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스타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46)은 생각과 몸이 같이 움직이는 유쾌한 사나이였다. 연신 몸을 움찔거리면서 “난 욕실 탕 안에서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익살을 떨었다. 16일 서울 한남동 디(D)뮤지엄에서 개막하는 ‘헤더윅 스튜디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전을 앞둔 15일 헤더윅이 간담회를 열어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나와 스튜디오 동료들이 22년간 벌여온 작업들을 엄선해 모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를 처음 찾은 한국에서 펼쳐 기쁘다”고 했다.

“완성된 디자인보다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학창 시절에 ‘건축가는 한 스타일을 고집하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배웠지만 우리 스튜디오는 다양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실현하는 것을 중시하지요. 그래서 전시장엔 우리 스튜디오가 선보인 작품들 가운데 제품과 건축물, 도시계획 등 26개 프로젝트를 골라 아이디어 구상부터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논의, 작업 과정을 드로잉과 모형, 영상 등으로 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헤더윅 스튜디오의 디자인은 스타일이 변화무쌍할 만큼 다양하고, 작업 영역도 작은 일상용품부터 거시적인 대형 건축 단지, 도시계획까지 폭넓게 퍼져 있다. 부드러운 유선형 몸체에 전면에 탁 트인 유리창을 낸 런던의 2층 빨강 신형버스 디자인과 씨앗을 붙인 투명아크릴 막대 6만개를 꽂아 붙여 고슴도치 같은 모양이 된 상하이엑스포 영국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선보인 수십개의 꽃잎들이 들어찬 성화대 등이 대표작들이다. 두 개 층의 이번 전시 현장에서도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옆에 설치된 추상조각 같은 변전소 냉각시설물이나 런던의 새 명물이 된 2층버스 디자인, 세계 처음 선보인 저절로 회전하는 최신형 ‘스펀의자’의 밭 등 상상력 작렬하는 디자인들을 만날 수 있다. 헤더윅은 “의뢰자, 직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로 최종 결과물을 이끄는 스튜디오 특유의 작업 과정이 작품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 언어를 선보일 수 있는 배경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부분을 고칠까, 어느 부분이 실망스러운가, 결과물로 보여주려는 게 무엇인가 등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새 시도를 거듭하다 보면 작품이 나와요. 공공 디자인의 경우 작업이 더 힘들기는 하죠. 하지만 부자가 집을 꾸미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죠.”

헤더윅은 “어릴 적 ‘예쁜 집은 많은데 왜 병원이나 학교 같은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을까’라고 궁금해했다”며 “예산 문제가 따르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주변에서 두드려 맞을 요소가 많지만, 이런 점들이 공공디자인에 빠져드는 요소도 된다”고 했다. “자신의 주장들을 고집하기 마련인 사람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맞춰갈지에 대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간담회 끝물에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거침없이 말했다. “확고한 의지입니다.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가는 긍정적인 자세와 끈질긴 노력, 그게 제가 생각하는 최상의 가치입니다.” 전시는 10월23일까지. 070-5097-002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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