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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천경자 ‘미인도’ 25년 공방에 논문 하나 없어”

등록 2016-06-19 17:08수정 2016-06-19 20:24

최광진 평론가 ‘천경자 평전’서
‘천 작가의 열정적 예술혼’ 조명
“미인도, 화풍 달라 위작 분명”
새로 펴낸 <천경자 평전>을 들고 이야기하는 최광진씨. 미술문화 제공
새로 펴낸 <천경자 평전>을 들고 이야기하는 최광진씨. 미술문화 제공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 위작 시비는 불거진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학술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논문 하나 나온 게 없습니다. 진짜냐 가짜냐 편가르기 목소리만 높고 왜곡된 소문만 부풀려져 돌아다닙니다.”

1995년 호암갤러리의 천경자 회고전 때 기획자를 맡은 이래로 고인의 작품세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미술평론가 최광진씨의 말은 단호했다. 그는 최근 파란만장한 고인의 화가 인생과 미술사·미학 차원의 평가,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한 진상과 사견 등을 담은 <천경자 평전: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미술문화)을 펴냈다. 책이 나온 직후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를 한 그는 전문연구자의 시각에서 미인도는 분명한 위작이며, 위작 공방을 왜곡시킨데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앞서 최씨는 책 말미에 미인도 위작 공방에 대한 60여쪽 부록을 실어 화풍에서 보이는 특이성 등을 고려할 때 ‘나의 기준’에서 미인도는 위작이라고 밝혀놓았다.

“95년 천 선생의 회고전을 기획할 때 고인과 대화를 하면서 작업과정을 오랫동안 살펴봤어요. 천 선생은 작품 애착이 엄청나요. 한 작품을 최소 서너 달 이상 그리고, 대작은 수년간에 걸쳐서, 서명을 해도 또다시 덧칠해 그리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문제의 미인도는 달라요. 생전 선생님도 그러셨는데, 3~4일 만에 그린 흔적이 분명해 보여요. 당연히 천 선생 화풍과 특징이 다르지요. 여인 눈매에 맥이 확 빠져 있고, 천 선생의 전형적 스타일인 머릿결 색깔층이 안 보입니다. 그냥 검은색으로 한번에 개칠한 듯이. 작가의 혼이 느껴지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최씨는 국립현대미술관 쪽이 25년이 지나도록 미인도에 대한 학술논문 한 편 없이 왜곡된 소문과 권위적 주장으로 일관해왔다면서 진품임을 주장하려면,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그럴 수 없다면 사과와 함께 위작을 시인하고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원래 10여년 전 평전을 집필하려다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갈수록 미인도 공방의 진실이 왜곡되고, 고인의 예술세계 조명은 편가르기 논란에 가려지는 상황을 보면서 다시 집필할 의지를 갖게 됐다”고 했다. “91년 위작 논란 때 진품 판정한 화랑협회 감정위원들이 선입견 없이 봤다면 결론이 달랐을 가능성이 커요. 미인도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집에서 나왔고, 오광수 전문위원 감정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갔다는 정보가 나오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웠을 거란 말이죠. 감정은 선입견의 비중이 정말 크거든요.” 그는 “자기 일생을 옥죈 한의 정서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승화시킨 천 화백의 열정적 예술혼은 세계 다른 거장들한테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실존적 낭만주의자로서 천경자의 삶과 화풍을 미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책”이라고 소개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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