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획-연출’ 전문화 기초닦고 정부도 ‘외교 지원사격‘ 나서야-고빗길 선 한류
고빗길에 선 한류 ③ 지속가능하려면
제작금지·스타 계약대행
‘공인 에이전시’ 검토해볼만 한류가 안팎의 위기와 견제를 넘어서 오래도록 발전을 이어가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은 내부적으로 문화적 역량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기 수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긴 안목으로 콘텐츠의 질 높이기에 주력해야 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정비하고 스타 권력화의 해법을 찾는 한편,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 시스템 완비로 기본기 갖춰야=한류의 시스템화가 가장 급하다. 이는 국내 콘텐츠 제작 시스템의 정비로부터 시작된다. 한국 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만드는 외주사와 방송사의 관계 재정립이 먼저 필요하다. 방송사가 지급하는 비현실적인 드라마 제작비 때문에 외주사가 편법적인 협찬과 간접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문제다. 사전 전작은커녕, ‘쪽대본’으로 상징되는 주먹구구식 제작 형태는 한류의 위기를 앞당긴다. 스타 권력화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오만한 한류 스타라는 이미지가 한류를 망친다. 출연자와 소속 기획사가 드라마 대본까지 뜯어고쳐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일까지도 벌어진다. 소속 연기자의 출연을 대가로 기획사가 공동 제작사로 이름을 올리고 나아가 직접 드라마 제작에 나서 콘텐츠 독점에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인 에이전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인 에이전시란 일정한 시험을 통과한 자격증 소지자가 스타와 관련된 방송·음반·영화 등의 계약을 대행하며 이들의 직접 제작은 금지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변희재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연예인 기획사가 상업적 가치를 앞세워 직접 영화·드라마 제작에 나서면서 출연료가 폭등해 제작 여건이 후진화하고 있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연출자와 구분해 ‘드라마 전문 프로듀서’ 양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출자와 기획자의 구분이 모호한 현재의 제작 구조에서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장금〉 기획 때 문화방송 드라마국장을 지낸 김승수 배우학교 ‘한별’ 교장은 “드라마 제작 구조부터 경영까지 두루 아는 ‘전문 프로듀서’시대로 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치밀한 준비 거쳐 국제 협력 나서야=한류가 국수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문화적 할인율 장벽을 넘기 위해서 국제 협력을 통한 쌍방향 교류에 나서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그러나 형식적이고 조급한 공동 제작 등의 쌍방향 교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도 맞선다. 〈문화방송〉과 일본의 〈티비에스〉(TBS)가 2002년 함께 만든 드라마 〈프렌즈〉와 〈한국방송〉과 중국 〈시시티브이〉(CCTV)가 2004년 공동 기획한 한-중 합작 드라마 〈북경 내 사랑〉을 예로 든다. 권오대 한국방송 국제방송팀 차장은 “〈북경 내 사랑〉은 감정을 살려야 할 드라마에 두 나라의 배우가 대사만 외워서 하다보니 감정이 안 살아 실패한 측면이 크고, 〈프렌즈〉는 두 나라의 제작 체제가 많이 달라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많이 들면서도 절반의 실패를 낳았다”며 “문화의 쌍방향 교류는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불고 있는 반한류를 잠재우고, 효과적으로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국제 공동제작에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주조다.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자양분=문화관광부는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확산을 위해 ‘코리안 플라자’라는 국외문화원을 11개 나라에 설치하고, ‘아시아문화동반자’ 프로그램을 통해 10년간 10만명의 지한파 외국 인력을 키워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국내 한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카이스트에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하고 내년 예산으로 59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형식적 지원이며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인다.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는 “중국이 방송 시간을 제한하는 등 한류 견제에 나서고 있는데, 이런 데서 정부가 외교적 구실을 해야 한다”며 “한류를 단순 산업적 논리로만 파악하는 대학원 설치 등의 정책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한류와 관련한 업무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한국관광공사가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다”며 “문화관광부는 한류 대책 요구 때문에 그동안 해오던 정책에 한류라는 이름을 붙여 정책을 입안하는 수준”이라고 실토했다.〈끝〉 김진철 기자nowhere@hani.co.kr
‘공인 에이전시’ 검토해볼만 한류가 안팎의 위기와 견제를 넘어서 오래도록 발전을 이어가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은 내부적으로 문화적 역량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기 수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긴 안목으로 콘텐츠의 질 높이기에 주력해야 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정비하고 스타 권력화의 해법을 찾는 한편,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 시스템 완비로 기본기 갖춰야=한류의 시스템화가 가장 급하다. 이는 국내 콘텐츠 제작 시스템의 정비로부터 시작된다. 한국 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만드는 외주사와 방송사의 관계 재정립이 먼저 필요하다. 방송사가 지급하는 비현실적인 드라마 제작비 때문에 외주사가 편법적인 협찬과 간접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문제다. 사전 전작은커녕, ‘쪽대본’으로 상징되는 주먹구구식 제작 형태는 한류의 위기를 앞당긴다. 스타 권력화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오만한 한류 스타라는 이미지가 한류를 망친다. 출연자와 소속 기획사가 드라마 대본까지 뜯어고쳐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일까지도 벌어진다. 소속 연기자의 출연을 대가로 기획사가 공동 제작사로 이름을 올리고 나아가 직접 드라마 제작에 나서 콘텐츠 독점에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인 에이전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인 에이전시란 일정한 시험을 통과한 자격증 소지자가 스타와 관련된 방송·음반·영화 등의 계약을 대행하며 이들의 직접 제작은 금지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변희재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연예인 기획사가 상업적 가치를 앞세워 직접 영화·드라마 제작에 나서면서 출연료가 폭등해 제작 여건이 후진화하고 있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연출자와 구분해 ‘드라마 전문 프로듀서’ 양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출자와 기획자의 구분이 모호한 현재의 제작 구조에서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장금〉 기획 때 문화방송 드라마국장을 지낸 김승수 배우학교 ‘한별’ 교장은 “드라마 제작 구조부터 경영까지 두루 아는 ‘전문 프로듀서’시대로 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치밀한 준비 거쳐 국제 협력 나서야=한류가 국수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문화적 할인율 장벽을 넘기 위해서 국제 협력을 통한 쌍방향 교류에 나서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그러나 형식적이고 조급한 공동 제작 등의 쌍방향 교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도 맞선다. 〈문화방송〉과 일본의 〈티비에스〉(TBS)가 2002년 함께 만든 드라마 〈프렌즈〉와 〈한국방송〉과 중국 〈시시티브이〉(CCTV)가 2004년 공동 기획한 한-중 합작 드라마 〈북경 내 사랑〉을 예로 든다. 권오대 한국방송 국제방송팀 차장은 “〈북경 내 사랑〉은 감정을 살려야 할 드라마에 두 나라의 배우가 대사만 외워서 하다보니 감정이 안 살아 실패한 측면이 크고, 〈프렌즈〉는 두 나라의 제작 체제가 많이 달라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많이 들면서도 절반의 실패를 낳았다”며 “문화의 쌍방향 교류는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불고 있는 반한류를 잠재우고, 효과적으로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국제 공동제작에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주조다.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자양분=문화관광부는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확산을 위해 ‘코리안 플라자’라는 국외문화원을 11개 나라에 설치하고, ‘아시아문화동반자’ 프로그램을 통해 10년간 10만명의 지한파 외국 인력을 키워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국내 한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카이스트에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하고 내년 예산으로 59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형식적 지원이며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인다.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는 “중국이 방송 시간을 제한하는 등 한류 견제에 나서고 있는데, 이런 데서 정부가 외교적 구실을 해야 한다”며 “한류를 단순 산업적 논리로만 파악하는 대학원 설치 등의 정책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한류와 관련한 업무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한국관광공사가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다”며 “문화관광부는 한류 대책 요구 때문에 그동안 해오던 정책에 한류라는 이름을 붙여 정책을 입안하는 수준”이라고 실토했다.〈끝〉 김진철 기자nowher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