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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라이언과 그의 친구들

등록 2016-07-04 09:36수정 2016-07-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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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이모티콘 1천만 시대

카카오 이모티콘 상점 입점 위해선
기본표정·자유감정 20개씩 만들어야
세밀함보단 임팩트있는 동작 대세
‘바른생활4’ 노홍철 동작에서 따와

‘곰같은 사자’ 라이언 다운로드 1위
라이언 캐릭터 인형·잡지 금방 동나
아저씨·사투리 등 타깃층도 세분화
“전송 즉시 뭘 표현하는지 알아야”
지난달 중순 이모티콘 ‘라이언’이 노숙인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 134호 모델로 등장했다. 다른 ‘인간’ 모델의 등장 때보다 ‘빅 이슈’가 됐다. ‘빅이슈’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다른 발간 때보다 공유가 3~10배씩 늘고, 댓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라이언 표지 <빅이슈>는 2만5천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평소 판매량의 2배로, 재판까지 찍었다.

1월22일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의 막둥이로 등장한 라이언은 발매되자마자 심상찮은 인기를 누렸다. 다운로드 순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라이언은 2011년 11월 시작된 카톡 이모티콘 역사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모티콘에 무슨 돈을 쓰느냐”는 ‘대세’도 “이건 사야 돼”로 바뀌고 있다. 카카오톡 쪽에서는 4100만명의 카톡 사용자 중에서 25%가량이 이모티콘 구매 경험이 있다고 추산한다. 2015년 11월 누적 구매자 수는 1천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캐릭터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응답자(1286명) 중 48.3%가 ‘디지털 캐릭터’를 이용(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2014년도 대비 8.8%포인트 증가했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 주요 메신저로 각광받고 있는 네이버 계열의 ‘라인’도 400종 5000가지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이모티콘 브라운 인형의 판매량은 20만개로 추산된다. 인기 폭발 속에 캐릭터 산업의 또 하나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모티콘 캐릭터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기쁨+슬픔+화남+숙취, 기절, 오바이트 미깡 작가는 지난해 12월 다음웹툰에 연재 중인 만화 <술꾼 도시 처녀들>의 이모티콘을 제작했다. 기본 표정 20개, 자유 감정 20개라는 제작 ‘가이드’를 받았다. 슬픔과 기쁨 등의 희로애락을 술과 함께 표현하고 숙취, 기절, 오바이트 등 주당들이 아침을 맞는 다양한 상태의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검수도 까다로워서 검정 테두리선을 틈 없이 그려넣도록 가이드를 여러 번 받았다. 7월 예정으로 작업했는데 12월에나 출시되었다. “사람들이 나의 이모티콘을 활용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고요.”

카카오톡 이모티콘 장터에 올라 있는 이모티콘 수는 약 3천개에 이른다. 어떻게 소비자를 사로잡을까라는 고민은 제작자들이 골머리를 썩이는 질문이다. 지난해 시즌 4까지 나온 ‘바른생활’의 디자이너도 텔레비전을 보나 인터넷 서핑을 할 때나 고민한다. 바른생활은 옛 초등 교과서 그림의 어린이가 어른스러운 말투를 구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즌 4에서 남녀 학생이 어깨를 들썩거리는 ‘아이 씬나’나 어린이가 구르면서 들어오는 ‘짜란’은 ‘큰 동작’으로 채팅창을 사로잡았다. 디자이너 김현미씨는 ‘임팩트’를 강조한다. “동작을 세분화해서 섬세하게 하는 것보다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임팩트 있는 동작이 있는 걸 사람들이 좋아한다. 다음 시즌에서는 날아차기 들어간다.” 김씨는 짤방 등의 동작을 유심히 본다. ‘아이 씬나’의 동작은 <무한도전> 노홍철의 걸음걸이에서 따왔다.

■ 곰의 얼굴을 한 수사자, 반전의 미학 ‘섬세한 절대자’ 라이언은 근 3년 만에 새로 나온 카카오톡 공식 이모티콘이다. 영락없는 곰처럼 보이지만 갈기 없는 수사자라는 점은 ‘반전’이다.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 ‘무지’, 파마머리의 두더지 ‘제이지’, 부잣집의 잡종 강아지 ‘프로도’, 발이 작아 오리발을 신는 오리 ‘튜브’, 자웅동체 ‘어피치’처럼 카카오톡은 캐릭터 설정에 ‘반전’을 추구해왔다. 이모티콘이 ‘무표정’인 점도 반전이다. 이모티콘은 원래 ‘표정’으로 말해야 하지 않던가. 그래서 라이언은 행동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기본을 깔고 라이언은 성격에서도 또 다른 반전을 추구한다. 사람들이 도움을 기대하는 조언자지만 그 자신이 외로움을 타고 자유를 추구하고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종합적인 반전이 모여서 이모티콘의 생명력이 유지된다.

■ 웹툰, 스티커 상품이 이모티콘으로 카카오 쪽은 이모티콘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라이언 캐릭터 인형도 출시했는데, 금세 품절 사태를 겪었다. 라이언은 이모티콘이 부가적 캐릭터 산업을 만들어내는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앞서 카카오톡이 2011년 11월 론칭한 이모티콘은 기존 웹툰 캐릭터를 가져온 것이었다. 하지만 2012년 카카오프렌즈라는 ‘오리지널’ 이모티콘을 출시하면서 이모티콘이 오리지널 캐릭터가 되는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

‘바른생활’ 이모티콘도 마찬가지다. 이 이모티콘은 원래 서체 회사 산돌의 ‘한글 상품’ 프로젝트였다. 서체를 활용한 상품을 고민하다 옛날 교과서 그림풍을 재창조했다. 이모티콘 바른생활 시즌 1, 2는 스티커 상품을 그대로 이모티콘으로 만든 것이다. 시즌 3, 4에서는 이모티콘을 먼저 디자인하고, 이를 소재로 포스터, 표어 등을 제작해오고 있다.

■ 일상→취미생활→아저씨 가족 단톡방에서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아따 그런 데 돈을 쓰냐.” 어느날 어머니는 버럭 화내는 ‘싸모님’ 이모티콘을 날렸다. 옆에 있던 아버지도 질세라 그간 숨겨왔던 이모티콘 본능을 커밍아웃한다. “써보니까 재밌네.”

이제 이모티콘은 특정 연령층을 노리거나, 특정 취미생활을 주제로 분화해가고 있다. 드라마 <또 오해영>이나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이모티콘 등도 발빠르게 출시된다. 6월30일 신작 아이콘에 올라 있는 머리가 벗겨진 아저씨의 일상을 그린 ‘아자씨 인생 뭐 있어요?’는 1편 ‘아자씨~ 오늘도 무사히!’의 인기에 힘입어 나온 2탄이다. 아침드라마풍으로 중년의 삶을 그린 ‘싸모님의 유혹’ 그리고 노년의 사랑을 그린 ‘당신밖에 없소’ 등도 대상이 확실하다. 대화창의 말들을 흥겹게 받아치는 ‘말꼬리 잡고 삐약삐약’이나 사투리 드립을 보여주는 ‘삼도 사투리’, 게으름뱅이들을 위한 ‘게으른 무명씨’ 등도 특정한 사람들의 호응이 확실한 이모티콘이다.

움직임의 진화도 눈부시다. 초창기 이모티콘은 곧 움직이는 애니콘이 됐고, 2012년 8월 사운드콘(소리가 들리는 이모티콘)이 등장했다. 12월 기존 대화창의 여러 줄을 차지하는 스티콘이, 2013년 10월 움직이는 스티콘이 등장했다. 2014년에는 리얼콘(아이돌의 실사가 움직임)이, 2015년 4월에는 액션콘(아이콘이 화면 전체를 차지함)이 출현했다.

■ 라인의 반격 라인 프렌즈는 이탈리아 몰스킨, 독일 라미 만년필, 스웨덴 구스타프베리 식기, 북바인더스노트, 일본 유니클로 등과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라인의 이모티콘 캐릭터를 상품화해 파는 라인 스토어는 전세계에 46곳이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주로 다니는 서울 명동, 강남 가로수길, 이태원 등에 매장이 마련되어 있다. 라인프렌즈 캐릭터 디자인은 일본 디자이너와 손잡고 출발한 것으로 이후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라인 타운>, 직장인 버전 <라인 오프라인>도 만들어졌다.

■ 또 하나의 라이언을 꿈꾸며 카카오톡 이모티콘숍에는 하루에 2~3개, 한달에 50건 정도의 상품이 올라온다. 기존 상품 납품자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페이지(with.kakao.com)를 통해 일반인의 응모도 가능하다. 10개 중 하나의 비율로 상품화가 이루어진다. 김희정 카카오 톡아이템 파트장은 ‘커뮤니케이션에 적절한가’가 기준이라고 말한다. “메시지가 전송되는 그 즉시 무엇을 표현하는지 알아야 된다.” 일반인 응모자들에게는 이런 주문을 했다. “‘어제 제가 밤에 한번 그려보았는데 괜찮을까요’라며 2~3개의 그림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24개 세트를 올리는 것은 원칙이다. 저작권에 민감하다. 베낀 것은 절대 사절이다.”

김희정 파트장은 ‘오프라인’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활동에서 보람을 찾는다. “10여년 전 싸이월드 시절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시장이 열렸다. 웹툰 작가 또한 원고료 외의 부수입을 갖게 되었다. 사업체도 있지만 프리랜서 작가들의 진입이 쉬워서 좋은 사업모델이다.” 집에서 일하는 주부나 전혀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밤에 그림을 그리는 직장인 등이 또 다른 ‘라이언’을 꿈꾸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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