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문화재위 사업중단 결정 …잇단 모형실험 물 줄줄 새… ‘안전성 충족 못했다’
선사시대 한반도의 대표적인 그림유적으로 꼽히는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를 보존하기 위해 추진해온 ‘가변형 임시 물막이 댐’(카이네틱 댐) 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문화재청은 21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 회의에서 “안전성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업중단을 최종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로써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가변형 물막이 댐은 건축가 함인선씨가 2013년 5월 공개 제안한 뒤 그해 6월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가 업무협약을 맺어 채택한 대안이다. 수십여년간 암각화가 인근 대곡천의 수위에 따라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되풀이하면서 훼손이 심화되자, 높이가 조절되는 길이 55m, 높이 16m의 가변형 투명 플라스틱 물막이판 댐을 유적 앞에 세운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공법은 그뒤 문화재위원회의 검증 요구에 따라 문화재청, 울산시가 벌인 안전도 실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4, 5월 투명 물막이판 모형에 수압을 가하는 실험을 두차례 벌인 결과, 물막이판 접합부와 이를 둘러싼 구조물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검증평가단은 최근 펴낸 1·2차 실험 결과에 대한 보고서에서 “물을 차단하는 수밀성 테스트에 실패했고, 건축가의 설계안이 암각화 암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돼 더이상 실외모형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청 쪽은 “이번 중단 결정은 평가단 보고서를 토대로 문화재위가 요구하는 안전성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최종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카이네틱 댐 합의 전까지 울산시는 생태제방 안을, 문화재청은 유적 앞 대곡천의 수위 조절 안을 주장하며 맞선 바 있다.앞으로 보존대안을 놓고 치열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훼손이 심화된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대책으로 추진해왔으나 결국 실패작으로 끝나게 된 `가변형 임시 물막이 댐'(카이네틱 댐)의 가상설치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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