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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렇게 거대한 도자전시는 처음…고려청자의 국제성 실감했다”

등록 2016-08-25 15:49수정 2016-08-25 20:28

국립중앙박물관 ‘신안선 특별전’ 찾아온 일본학자 니시다 히로코
동아시아 도자사 세계적 권위자…신안선 인양·연구과정 지켜봐
인양품 다 보여준 거대한 전시규모·색다른 유물들에 감동
신안선 특별전의 도자기 진열장 앞에 선 니시다 히로코 네즈미술관 부관장.
신안선 특별전의 도자기 진열장 앞에 선 니시다 히로코 네즈미술관 부관장.

“이렇게 압도적인 스케일의 도자사 전시회를 평생 본적이 없어요. 게다가 많은 것들이 저도 처음 보는 것들이니.”

옛 도자기들로 가득한 거대한 진열장들 사이에서 이웃집 할머니 같은 일본의 노학자는 소녀처럼 종종걸음을 치며 돌아다녔다. 청자와 백자, 토기 등의 각종 유물들을 일일이 훑어보고 메모하느라 정신 없었지만, 행복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1976년~84년 전남 신안군 바다 속에서 인양한 14세기 원나라 침몰선(신안선)의 도자기 선적품 2만점을 사상 처음 수장고에서 모두 꺼내놓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신안선’ 특별전에 24일 낮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동아시아 도자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일본 네즈미술관의 니시다 히로코(77) 부관장이었다. 50여년을 발품들이며 한중일 도자기들을 관찰하고 교류의 역사를 연구해온 그는 “전시는 감동 자체였다. 새로운 발견의 기쁨과 호기심으로 가슴이 들떴다”고 털어놨다.

“76년 신안선 발견 뒤로 최순우, 정양모 선생 등의 한국 학자분들과 배에 실렸던 한중일 도자기의 내력에 대해 오래 이야기해왔지요. 일본에는 신안선 명품들 일부가 83년 처음 전시로 소개됐는데, 그때 전시를 비롯해 한국에서의 신안선 전시도 거의 빠지지 않고 봤습니다. 중국 각지의 유명가마 생산품과 고려청자, 일본 도자기가 망라된 신안선 도자기들의 내력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전시에는 개별 명품 뿐 아니라 전체 도자기의 전모가 다 나와 기뻤답니다. 가마별, 형식별로 주요 도자기들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이 확실히 드러났다는 것을 느꼈어요.”

니시다는 일본 도자사학계를 대표하는 석학이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학예사로 봉직했으며 한국의 국립박물관에서도 연수를 했다. 조선시대 한반도 남해안 가마에서 일본에 건너간 막사발(이도 다완)의 전래경위 연구 등에서 도드라진 연구성과를 쌓았다. 중세 이후 한중일 도자의 영향관계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전시장에 두시간 이상 머물며 청자 백자 그릇과 조형물을 비롯해 생활유물까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의 감상평 중 흥미로운 건 고려청자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고려청자가 국제적으로 널리 퍼진 교역품이었고, 중국의 유명 가마들도 본딴 제품을 내놓을 만큼 성가가 높았다는 것을 새삼 알게됐다고 한다. “고려청자는 여요 같은 송나라 고급가마의 일방적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에 나온 신안선 선적품인 여요산 향로를 보니, 고려청자 향로의 색깔, 형태를 본떠서 만든 티가 확연해요. 일부 청자는 여요보다 고려 가마 것이 훨씬 뛰어났던 거죠.”

니시다는 신안선이 출항했던 중국 항구 닝보에는 고려청자를 다루는 골동상이 상당히 많았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안선에도 일부 실린 고려청자들도 그렇게 입수해 선적한 것으로, 그만큼 중국에서 고려 청자의 지명도가 높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더 나아가 이 전시가 중세기 일본에 들어간 중국계 도자명품들의 용도나 유입과정, 동아시아 중세 도자 교류 등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물들 중 최상품 백자는 배의 최종 기착지로 추정되는 일본에서 당시 안쓰던 것들이에요. 이런 백자들이 어떤 목적으로 거래됐고, 실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좀더 연구해야겠지요. 신안선 도자기들 속에는 밝혀야할 비밀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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