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지금으로부터 1억년 전 공룡시대에 살았던 도마뱀의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초로 한반도에서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가천연기념물인 경남 남해군 가인리 화석산지에서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고 8일 밝혔다. 새 화석의 이름은 ‘한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도마뱀 발자국’이라는 뜻의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Neosauroides koreaensis)로 붙여졌다.
남해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과 국내에서 발견된 다른 공룡 발자국들을 비교한 사진들.
이번에 드러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은 앞발자국과 뒷발자국 등 모두 8개다. 형태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미국 서부에 널리 살고있는 산쑥도마뱀(Sceloporus graciosus)의 발자국과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연구소 쪽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단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중생대 백악기의 도마뱀 발자국으로, 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함안층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함안층은 백악기에 경상남북도 지역에 쌓인 퇴적층으로 그동안 익룡 등의 공룡과 새들의 발자국 화석들이 다수 발견된 지층이다.
이 화석은 2013년 2월16일 경기도 지구과학교사연구회 회원들이 현장에서 지질답사를 벌이다 문해원 교사(창원 회원초등학교)가 처음 발견했다. 그뒤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과 미국, 스페인, 중국의 척추동물 화석 분야 관련 학자들이 공동연구팀을 꾸려 발견된 화석에 대한 연구를 계속 벌여왔다고 연구소 쪽은 전했다.
남해섬 발견 도마뱀 발자국 화석을 확대한 사진.
남해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과 비슷한 발자국모양을 지닌 미국 서부의 산쑥도마뱀.
지금까지 중생대 도마뱀 발자국 화석은 2억여년전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린코사우로이데스(Rhynchosauroides)라는 도마뱀의 발자국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은 린코사우로이데스와는 형태학적으로 큰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공룡시대 한반도에 살았던 척추동물들의 종류가 다양했다는 것을 실증하는 근거로도 볼 수 있다는 게 연구소 쪽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중생대 백악기 관련 연구를 다루는 국제학술전문지(SCI) <백악기연구>(Cretaceous Research)에 ‘아시아 백악기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도마뱀형(lacertiform) 발자국 화석’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실려 지난달 26일치 온라인호에 공개됐다. 연구소 쪽은 내년 상반기 경내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화석들을 일반 공개할 방침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