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전리 절터에서 나온 9세기 후반께의 `대장경' 명문 탑비 조각.
강원도 삼척군 산간에 자리한 흥전리 옛 절터에서 ‘대장경’(大藏經) 문구를 새긴 통일신라시대의 탑비 조각이 발견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발굴조사해온 흥전리 절터에서 최근 9세기 후반께로 추정되는 탑비 조각과 방곽 아궁이를 갖춘 대형 온돌 건물터 등을 찾아냈다고 24일 발표했다.
문화재청이 추진중인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에 따라 조사 중인 흥전리 절터는 동원과 서원으로 이뤄진 대규모 산지 가람이다. 지금까지 금당터와 탑터를 비롯한 주요 유적과 ‘국통’(國統:신라·고려 시대 불교계 최고 승려)이 새겨진 비조각과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 청동정병 등이 나와 통일신라시대의 격이 높은 사찰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석비 조각은 유적 서쪽 탑터 주변에서 나왔다. ‘당나라 때의 대장경을 받들어…’로 해석되는 ‘당조장대장경이지함’(唐朝將大藏經而至咸)이란 문구가 새겨졌다. 조사단 쪽은 비석 문구의 마지막 ‘함’(咸)자를 당 의종의 연호인 함통(咸通:860년~873년)의 일부로 해석해 9세기 후반으로 비석조각의 연대를 추정했다. 현존하는 통일신라 비문들 가운데 ‘대장경’이 새겨진 유물은 전남 곡성 태안사 경내에 있는 ‘대안사적인선사조륜청정탑비’(9세기 중반께의 비문 탁본을 근래에 다시 새긴 비석이다)에 불과해 이번에 발견된 탑비 조각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탑비 비문 등을 통해 당시 선진문물인 당나라 대장경에 대한 통일신라 승려들의 연구가 지속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께 출토된 귀신무늬 기와(귀면와)와 상상의 동물 가릉빈가를 새긴 수막새 등도 제작기법이나 조형적 완성도가 높아 왕경 경주의 장인이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동원 터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통일신라 시대 온돌시설이 확인된다. 조사된 2호 건물터에서 판석으로 만든 방곽 아궁이와 ㄷ자형 고래 시설을 갖춘 구들이 나왔다. 동쪽에 있는 1호 건물터에서도 천석으로 만든 방곽 아궁이를 갖춘 온돌 2기가 앞서 발견된 바 있다. 비슷한 형태의 온돌유적은 강릉 굴산사 터에서도 조사된 선례가 있으나,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돼 시기적인 차이가 있다. 임석규 유적연구실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비조각들의 명문을 분석한 결과 절터에서 주석했던 승려는 김씨 성을 가진 신라왕경의 명문집안 출신으로 당과 교류하면서 국통 지위까지 오른 인물로 추정된다”며 “절터도 변형이 적어 통일신라 시대 건물터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 쪽은 25일 오후 1시 발굴현장에서 공개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