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위원회, 아시아문화전당, 융합공연 등 중요 콘텐츠사업들 먹잇감
차은택 인맥 앞세워 거액 예산 독점하며 전횡
아시아문화전당은 은사인 김종덕 전 장관 인맥들이 감독 몰아내고 개관 주도
차은택 기획 사업, 공연마다 박 대통령 참석해 힘 실어줘
차은택 인맥 앞세워 거액 예산 독점하며 전횡
아시아문화전당은 은사인 김종덕 전 장관 인맥들이 감독 몰아내고 개관 주도
차은택 기획 사업, 공연마다 박 대통령 참석해 힘 실어줘
최순실씨 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차씨가 인맥을 동원해 문화판 이권사업들에 전방위로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씨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융성’ 관련 사업에 집중적으로 손을 뻗쳐 거액의 예산을 타내고 문체부와 산하기관 인사, 정책 집행 과정까지 좌지우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 박 대통령 참석한 뮤지컬 연출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 제작 등으로 유명해진 차씨가 첫 공직 직함을 얻은 것은 2014년 8월19일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부터다. 8월27일, 차 감독은 뮤지컬 <원데이>를 총연출하며 공식 행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 융복합의 첫걸음”이라고 격려했다. ‘융복합 뮤지컬’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이 공연은 서울 상명대 상명아트센터에서 단 하루만 진행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속성심사를 거쳐 국고 1억7890만원을 지원했다.
같은 해 11월26일, 박 대통령은 차 감독이 제작에 관여한 ‘늘품체조’ 시연회에도 나왔다. 문체부 예산 3억5000만원이 든 늘품체조는 차 감독이 특혜성 용역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자주 얼굴을 비치자 “차씨가 대통령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 뒤 차씨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감독, 2015년 4월에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위촉됐다. 같은 해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총괄 감독도 맡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 문화창조융합 거대한 이권사업 차씨가 가장 깊숙이 개입한 사업은 융복합 콘텐츠 산업 지원을 내건 문체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이었다. <티브이조선> 보도를 보면, 그는 이미 2014년 6월 문화융성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최씨와 함께 작성해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나온다. 2014년 8월에는 홍익대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교수가 문체부 장관에, 광고계 은사이자 선배인 송성각씨는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으로 취임한다.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그해 11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됐다.
이렇게 인맥을 깔면서 사전에 정지 작업을 해놓은 상황에서 차씨가 주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문체부의 비호를 받으며 덩치를 키웠다. 국정시책인 ‘문화융성’을 업고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등의 사업에 2019년까지 7000억원을 넘는 국고 예산이 책정됐다. 차씨는 이 사업 곳곳에 널린 주요 일감들을 자기가 운영하는 회사의 몫으로 채워넣어 이권을 챙겼고, 새 국가브랜드, 정부 상징 체계 개발 등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체부가 관장해온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사업도 차은택-김종덕 인맥의 그물에 걸려들었다. 개관을 일곱달 앞둔 2015년 2월 문체부 쪽은 전당의 핵심인 문화창조원 전시예술감독인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를 ‘전시 콘텐츠의 구체성 결여’를 이유로 갑자기 해임하고 수년 전부터 50억여원을 들여 이 전 감독이 준비해온 개관 전시 프로젝트를 뒤엎었다. 당시 김종덕 장관과 처남 매제 사이인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김 장관의 홍대 재직 시절 동료인 김성희 교수 등이 참여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이 감독의 개관전시안을 검토한 뒤 전격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전당 안에 이미 콘텐츠 심의위원회를 운영중이었는데도 문체부 주도로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별도 평가위를 급히 꾸린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뒤이어 이 감독 해임 이전부터 내정설이 돌던 김 장관의 홍대 후배인 목진요 연세대 교수가 그해 3월 부임했다. 그는 60억여원을 들여 새 전시를 급조했으나 개관 뒤 부실투성이 전시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광주 현지의 문화판에서는 차씨의 주도로 지난해 만든 문화창조융합센터 사업들이 전당의 융복합 사업 콘텐츠를 표절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이 구설에 올랐다. 목 교수가 감독으로 재직하는 동안 전당 창제작센터 실무를 맡았던 일부 직원들이 최근 문화창조융합센터로 자리를 옮긴 것이나 김 전 장관의 인척인 윤정섭 교수가 센터와 연관된 문화창조아카데미의 프로젝트 감독을 맡은 사실도 함께 눈총을 받고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민족예술단체총연합 등 광주 주요 문화단체들은 7일 성명을 내어 “최순실-차은택 라인이 김종덕 전 장관을 앞세워 이 감독을 의도적으로 해임하고 전당을 희생양 삼아 사익을 추구했으며, 목진요 전 감독은 하수인 역할을 해왔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당의 개관 작업을 장악한 김 전 장관 인맥들은 그뒤 평창올림픽의 문화예술 사업에서도 요직을 차지했다. 목 교수는 지난해 연말 전당 감독에서 퇴임한 뒤 올해 6월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영상 감독을 맡았고, 이영철 감독 해임 당시 평가위원장이던 김성희 교수는 지난달 평창올림픽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커미셔너(감독)로 선임됐다. 평창올림픽은 차씨가 거느린 업체들을 통해 관련 광고, 공연, 영상 이권을 독점하려했다는 의혹이 일고있는 행사다. 그러나 이들은 차은택-김종덕 인맥이 자신들의 인선 배경에 영향을 미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성희 교수는 “지난 8월 심사위원단 앞에서 다른 공모자들과 함께 제안서를 설명하는 등의 정상적인 심사 과정을 거쳐 커미셔너로 선임됐으며 선임을 통보받은 시점도 김 장관이 퇴임한 뒤였다“며 “이영철 전당 감독 해임은 계약 이행 미흡 등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한 평가위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였고, 전당 평가위 활동과 평창 프로젝트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목진요 교수도 “차씨를 본 적이 없다. 지난해 1월 제안을 받고 광주 전당 감독으로 갈 당시 이영철 전 감독의 해임 경위는 전혀 몰랐고 그뒤 열심히 일만 하고 돌아왔는데, 김 전 장관과의 학연이 이렇게 호도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문체부의 경우 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진행하는 내년과 내후년의 상설공연 예산으로 거액인 200억원을 책정했다가, 차은택 인맥에 대한 특혜란 뒷말이 일면서 기획재정부 심사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돼 예산이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이밖에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김형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차씨의 은사인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연세대 교수)이 지난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기획대관공연에 1억9000여만원을 별도 심의 없이 지원했다는 의혹이 최근 보도되기도 했다.
■ 공직인사까지 좌지우지 차씨는 문체부 인사도 손아귀에 넣고 주물렀다. 그의 ‘광고계 대부’로 알려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경우 2014년 5월에 “차씨가 나를 문체부 장관 시켜준다고 했다가 대신 원장 자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는 지인의 증언이 나왔다. 문체부 뉴욕문화원장과 파리문화원장에 최근 광고계 인사가 임명된 것도 차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 두 자리는 지난해 민간인만 응시 가능한 경력 개방형 직위로 갑작스럽게 바뀌어 의혹을 불렀다. 노형석 손준현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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