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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같은 구상들만 쏟아낸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

등록 2016-12-05 16:12수정 2016-12-05 21:39

첫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취임 1주년 간담회
기형적 조직 진단은 없고 출판강화, 영어도록 발간 등 동떨어진 혁신만
이지윤 운영부장 사직 등 조직 위기 현실적 비전 안보여
미술계 일각 사임 요구에 “내 계획에 사퇴는 없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1주년을 맞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내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열겠다고 밝힌 영국 팝아티스트 리처드 해밀턴의 전시 작품 이미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내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열겠다고 밝힌 영국 팝아티스트 리처드 해밀턴의 전시 작품 이미지.
“지난 1년간 제 노력이 별다른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사이 직원 독려에 최선을 다했고, 2018~19년 전시 기획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외국인 관장에 취임한 지 1주년을 맞은 스페인 출신의 전시기획 전문가 바르토메우 마리(50)는 미술관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이야기를 거듭했다. 직원들에게 올해 최선의 전시를 만들도록 지속적으로 자극과 영감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국외에 한국 미술을 홍보할 영문 전시도록이 별로 없다는 점을 꼽고 출판담당자를 별도로 지정해 역량을 강화한 것을 혁신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

5일 오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마리 관장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측근인 이지윤 서울관 운영부장이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어수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마리 관장은 2017~18년 산하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 3관의 통합 전시 체계와 국외 연계 전시 등의 중점 사업에 대해 주로 설명했다. 기형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서울관 계약직과 과천관 정규직 연구사들의 직제 갈등 해소와 법인화 추진을 위한 청사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2년 남짓 관장을 보좌해온 이지윤 운영부장은 사직서를 낸 구체적인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미술계에서는 미술관 법인화 계획이 지연되면서 계약직인 서울관 인력 40여명의 직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한국 현대사진사를 정리한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전을 비롯한 여러 전시들의 추진 과정에서 과천관 학예실과 의견 대립이 있었던 점 등이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그만큼 현재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서울관의 단기계약제 학예원들과 과천관 학예실 정규직 사이의 불신과 갈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마리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은 하나의 뮤지엄이다. 서울관과 과천관 직원들을 동등하게 취급해왔다. 이들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전시를 협업했고, 갈등을 보이지 않았다”고 다른 말을 했다.

마리 관장은 대신 “미술관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스템 혁신”을 되풀이해 이야기했다. ‘이집트 초현실주의자’전, ‘리처드 해밀턴’전 등 내년과 내후년의 주요 기획전과 해외순회전 등의 계획을 미리 확정했고, 전시 회의 심의 단계를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으며, 5개의 전문 분과회의(근대미술, 회화·판화·조각, 공예·디자인·건축, 사진·뉴미디어·퍼포먼스, 국제미술교류)를 활성화해 학예직의 역량을 키우고 전시를 내실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하나의 미술관 체계에서 전시와 연관된 연구, 교육, 학술, 출판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 출판 프로그램의 총괄 담당자를 지정하고, 한국 현대미술 세계화를 위한 ‘엠엠시에이(MMCA) 공공 프로그램’을 추진해 내년 영국의 테이트 아시아 연구센터와의 아시아 미술 심포지엄, 테이트 미술관과의 국공립 미술관 컬렉션에 대한 큐레이터 워크숍을 각각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한국미술 관련 영문 출판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학예실 안에 출판운영 협의체를 신설하고, 국내외 출판기관과 손잡고 주제별 콘텐츠를 전문화한다는 구상도 털어놨다.

그동안 미술계에서는 지난 6월 직제 개편으로 인사권은 상부기관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운영단장에 상당수 넘어갔고, 예산권도 크게 축소돼 마리가 제대로 관장 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미술관 쪽은 “관장이 고위공무원단 공무원 전보권과 3급 이하 공무원, 4급 이하 상당 공무원과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을 갖고 있어 인사권과 차기 연도 예산의 최종결제권은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인 차은택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전폭적 지원으로 관장에 올랐다는 의혹과 이에 따른 미술계 일각의 사임 요구와 관련해 마리는 “내 계획에 사임이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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