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 청문회서 부실투성이 사업 폭로
차은택 후임으로 추진단장 맡아 의견냈다가 박 대통령 지시로 ‘해임’
김종덕 전 장관 “차은택은 제자라 버릴 수 없다”며 관여 두둔
차은택 후임으로 추진단장 맡아 의견냈다가 박 대통령 지시로 ‘해임’
김종덕 전 장관 “차은택은 제자라 버릴 수 없다”며 관여 두둔
최순실-차은택 인맥의 국정농단 핵심의 하나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서 차은택 전 추진단장이 퇴임 뒤에도 김종덕 전 장관, 청와대 수석실과 한 팀이 되어 계속 관여했으며, 사업 진행에 문제를 제기한 후임 단장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해임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지난 4~5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겸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낸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7일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나와 이런 증언을 내놓았다. 그는 차은택 전임 단장이 퇴임 뒤에도 계속 회의에 참석하고 사업 절차도 부실하게 진행되는 등의 파행이 거듭돼 이를 지적했으나 무시됐다면서, 박 대통령 전화의 지시로 한달여 만에 실질적으로 해임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표면적으로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업무 폭증 때문에 되돌아가라고 했다. 정말 그것이냐 했더니, ‘대통령이 아침에 (장관에게) 전화해 내려보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당시 정황을 밝혔다.
여 위원장은 “영수증, 서류 미비 등 본부의 일이 절차 없이 진행돼 감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충언도 했으나 결국 무시됐고, 그런 것들에 대해 제가 반감을 갖거나 일이 또 원하는 대로 안 될까 해서 나가라고 한 게 아닌가 한다”고 털어놨다. 도종환 의원이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차씨가 틀을 짠 사업으로 보느냐’고 묻자 “수시로 그렇게 들었고, 그걸 바꾸지 말라는 명령을 장관, 수석으로부터 들었다”고도 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공무원들 알아서 하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차)은택이는 오래 전부터 같이 있던 제자이니 버릴 수 없다는 말까지 자신에게 했다는게 그의 전언이었다.
여 위원장은 “제게 내려온 짧은 영수증이나 사업계획서, 절차 등을 검토해보니 차은택과 김종덕 전 장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청와대 수석실이 한 팀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한다”며 “고강도 감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 위원장은 “창조융합벨트가 문화융성, 창조경제에 관한 국책 사업임을 내세웠지만, (추진과정에서) 한 국가의 정신을 난도질한 것이기 때문에 문화부판 4대강 사업이란 말을 꺼냈고, 이대로 가면 청문회 갈 수밖에 없다고 당시 (김 장관에게) 이미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4년 6월 유진룡 전 장관 퇴임 직후 문체부 고위급 관료들을 성분검사한 뒤 ‘자르라’고 지시했다거나 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배후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이 없고, 블랙리스트란 말을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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