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공사로 건립 당시의 유려했던 처마선을 되찾게 될 주한프랑스대사관 사무동(파빌리온)의 현재 모습. 날아오를 듯 부드럽게 솟았던 건립 당시의 지붕 사방 끝 처마선이 이후 수차례 개축공사로 각지게 꺾여버려 아쉬움을 준다.
1961년 서울 충정로 합동 언덕 위에 준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의 당시 전경. 왼쪽이 관저 본관동이고 오른쪽이 사무동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건축거장 김중업(1922~1988)의 대표작으로, 한국 현대건축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서울 충정로 주한프랑스대사관이 건립 57주년을 맞는 2018년 대대적인 신축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특히 지어진 뒤 변형됐던 사무동의 부드러운 처마선이 원형대로 복원되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되는 대형 갤러리동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충정로 일대의 문화 경관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파비앵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는 14일 낮 충정로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무동의 복원과 타워동(업무동), 갤러리동 신축을 뼈대로 하는 신축 리모델링안을 공개하고, 설계 주체로 조민석 건축가가 이끄는 건축사무소 매스스터디스와 프랑스 건축사무소 사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페논 대사는 “시내에 흩어진 프랑스 외교 관련 시설들을 대사관으로 모으기 위해 2018년 상반기 착공해 다음해 여름에 완공하는 신축 계획을 추진하게 됐다”며 “김중업이 프랑스거장 르코르뷔지에를 사사한 한국의 위대한 건축가이고, 그가 설계한 프랑스대사관은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고려해 기존 건축물의 복원과 지역에 열린 구조에 초점을 맞춘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4일 공개된 주한프랑스대사관 리모델링안 모형도. 사방의 처마가 휘어진 사무동 파빌리온(사진 가운데 윗부분 건물)과 그 뒤쪽에 들어설 11층 규모의 타워동, 사무동 옆에 나란히 놓일 길쭉한 막대 모양의 개방형 갤러리동이 보인다.
대사관과 조민석 건축가가 내놓은 계획안을 보면, 리모델링 안의 핵심은 크게 세가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 전통건축의 선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가 각진 예각 처마 형태로 변형돼 원형을 잃었던 사무동의 부드러운 지붕 처마선과 개축된 내부 얼개가 건립 당시 원형으로 온전히 복원되며 본관 관저동은 원형대로 계속 보존된다. 이와 함께 사무동 뒤쪽에는 높이 30m, 11층 규모의 유리커튼월 구조의 타워형 업무동이 들어서고 사무동 동쪽으로는 시민에게 개방되는 라디에이터 모양(길이 60m)의 길쭉한 2층 갤러리동이 나란한 방향으로 신축된다. 갤러리동에는 전시장과 영상상영관, 공연장 등이 들어서며 관객들은 투명창을 통해 대사관 정면의 언덕배기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얼개로 꾸며지게 된다고 한다.
주한프랑스대사관 신축계획 조감도. 그림 위 왼쪽 건물이 관저 본관동이고, 그 아래 지붕처마가 위로 휘어진 건물이 복원되는 사무동이다. 사무동 뒤와 옆으로 각각 신축되는 11층 타워동과 길쭉한 갤러리동이 보인다.
조민석 건축가는 “50여년 전 합동 언덕 위에 지어진 대사관은 처마선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건축 전통과 프랑스의 현대건축 요소가 결합돼 시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주변을 둘러싼 고층빌딩에 가려진 상태여서 사방에 새롭게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중업이 설계한 기존 건물 원형을 되살리고 주위에 수평 수직 구도로 타워와 방파제 모양의 신축 건물 두 동을 조화롭게 배치해 대지경계선의 가독성을 살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민석 건축가(왼쪽 셋째)와 파비앵 페논 대사(오른쪽 첫째)가 대사관 신축 리모델링 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 건축가 왼쪽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 있다.
1959~61년 지어진 주한프랑스대사관은 관저 본관과 집무공간인 사무동(파빌리온),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 전통건축과 서구 현대건축의 접목을 모색했던 김중업 특유의 작품세계가 가장 탁월하게 반영된 건축물로 평가된다. 1998년 국내 건축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 50년 걸작 건축물 20선’에서 김수근의 공간 사옥과 함께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현대건축사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손꼽힌다. 2년 전 프랑스 정부가 리모델링 설계 공모를 처음 추진할 당시 사무동 파빌리온을 일부 철거한다는 애초 구상이 흘러나오면서 국내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 보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사관 쪽은 이 건물을 한국의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축계획이 진행돼 새 건물이 완공된 뒤 한국 당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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