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낸다. 지우기도 전에 쌓이고 또 쌓이는 것이 문자이다. 날마다 사람들을 만나서 수없는 말을 쏟아낸다.
물어보자.
전화하고픈 사람 있는가? 없다. 수없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기 때문이다.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화를 소비하고, 시간을 소비하고, 말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다림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리움을 아껴 쌓아두고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틋함을 쌓아두지 못하고 날마다 소비하여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안에 썩어 곰삭은 그리움 한 점 없기 때문이다.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물어보자.
전화 받고픈 사람 있는가? 묵어 발효된 그리움의 향기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곧 새해이다.
그리움을 쌓아보자. 와이파이 없는 공중전화 앞에 서서 잊은 전화번호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기다려 보자. 공중전화벨 울릴지도 모를 일이다.
글·사진 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