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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국립현대미술관장 후보심사서 문체부 관료가 ‘특정 후보’ 강요

등록 2016-12-21 18:37수정 2016-12-22 00:49

지난해 재공모심사 후보 5명 확정했는데 후보추가 요구
위원들 합의한 후보안 바꾸려 해 개입 논란 일어
위원들 반대로 무산되자 화내며 막말했다는 증언도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재공모 후보 심사 과정에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이 특정 후보를 추천하라고 요구하며 압박을 넣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소격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모습.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재공모 후보 심사 과정에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이 특정 후보를 추천하라고 요구하며 압박을 넣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소격동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모습.
“경희대 예술디자인대학 ㅇ 교수를 후보에 넣어주세요.”

심사위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제 막 심사 끝에 고른 국립현대미술관장 후보 5명을 확정하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선정 과정을 지켜보던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위급 담당 공무원이 갑자기 후보를 추가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일부 위원들이 “이미 후보 선정이 끝났다” “추천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득했지만, 그는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후보 추가를 계속 고집했다. 심사장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9월17일 국립현대미술관장 재공모 후보를 심사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인사혁신처 역량평가센터에 모인 심사위원들은 납득하기 힘든 일을 겪었다. 이들은 재공모를 한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 가운데 그해 12월 관장이 된 스페인 기획자 바르토메우 마리를 비롯한 후보 5명을 올리기로 합의했으나,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나온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이 그 뒤 ㅇ 교수를 추가하라고 채근해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자리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 정책관은 “이미 선정된 후보 명단을 조정해 내가 추천한 인사를 넣어달라”고 요구했다가 위원들이 난색을 표하자 “티오(자리)를 하나 더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이분도 넣을까요”라고 묻자 심사위원인 화가 ㅈ씨가 벌떡 일어나 항의했다. “5배수로 관장 후보자를 정하기로 한 원칙 아래 5명을 뽑은 겁니다. 규칙을 어기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정직하게 심사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들어왔는데 위원들이 소신껏 심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위원장과 다른 심사위원들은 ㅈ 위원의 말에 찬동했다. 배석한 인사혁신처 직원도 규정상 후보 자리를 늘릴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밝혀 추가 추천은 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복수의 심사위원들은 그 뒤 우 국장이 직원에게 막말을 퍼붓고 볼펜을 던지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 심사위원은 “당연직 심사위원이라 해도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미술계 위원들 앞에서 특정 후보 추천을 사실상 강요한 것”이라며 “추천이 무산된 뒤에도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폭언을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심사위원도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장 후보를 뽑는 자리에서 고위 관료가 상식을 벗어난 말과 행동으로 위원들을 압박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추천 논란을 빚은 ㅇ교수는 현대 도자기를 만들어온 중견 도예작가다. 한국미술협회 간부를 지냈으나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인사는 아니라는 평이다. 우 정책관이 왜 위원들이 합의한 심사 내용을 뒤엎으며 ㅇ 교수를 추천하려 했는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 정책관은 이에 대해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ㅇ 교수가 도예가의 경력과 능력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했다. 의견이 수용되지 않아 항의 비슷하게 표현한 건 기억나지만 폭언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우 정책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한양대 교수)의 대학 제자이자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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