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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자이니치 학자가 국내 역사학회장 됐다

등록 2017-01-08 19:16수정 2017-01-09 22:18

이성시 와세다대 교수, 목간학회장에
탈민족 사관 지닌 한반도고대사 연구자
“한중일 연구성과 공유로 학회 국제화
다양한 전문가의 학제간 연구 활성화도”

지난 4일 한국 목간학회 회장에 취임한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 국외 인사가 국내 학계 학회의 수장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일 한국 목간학회 회장에 취임한 이성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 국외 인사가 국내 학계 학회의 수장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공부한 자이니치(재일동포 2세) 연구자가 처음으로 국내 역사학계 학회의 수장이 됐다.

한반도 고대사와 목간·금석문 연구가 전공인 이성시(65) 일본 와세다대 문학학술원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한국 목간학회 총회에서 회장에 추대됐다. 일본 나고야 출신으로 20여년간 한·일 학계를 오가며 연구활동을 벌여온 그에게 주보돈 전임회장(경북대 교수)을 비롯한 학회 인사들이 목간학의 전령사 구실을 해달라며 자리를 맡긴 것이다. 학연, 지연 등이 좌우하는 국내 학회 풍토에서 국외 인사가 학회장에 오른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07년 창립된 목간학회는 나무쪽 문서인 목간과 옛 돌비석 등에 새긴 고문자 기록을 해석, 연구하는 역사 학술단체다. 특히 이날 총회에 앞서 열린 학술발표회에 공개된 함안 성산산성 출토 사면목간이 6세기 신라가 법치국가임을 실증하는 국내 최고의 지방 행정문서로 확인돼 언론에 보도(<한겨레> 5일치 22면)되자 그는 고무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 목간학회는 국내 학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학문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신라, 백제권 유적에서 목간 사료들이 속속 출토되고, 중국과 일본 목간들과도 내용과 형식이 연결되는 단서들이 나오고 있어요. 학회를 동아시아 목간학회로 국제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동아시아 목간학이란 큰 틀 아래 한중일 공동연구를 본격화할 생각입니다.”

목간은 나무쪽에 관청의 행정 보고 등을 적은 고대 문자기록이다. 일본 30만여점, 중국 20만여점, 한국에는 800여점이 지금까지 출토됐다. 고대 동아시아 공통의 한자문화권을 보여주는 문자유산이며, 그 시대 구체상을 담은 타임캡슐로도 꼽힌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일본 목간의 친연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동안 일본 목간학회에 한국 쪽 발굴연구 성과를 소개해왔는데, 가장 큰 결실이 국내 목간이 일본 목간의 뿌리와 밀접하다는 점을 꼽을 정도로 양국의 연구교류가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성산산성 출토 목간도 ‘~에 아뢰다’는 ‘白(백)’자로 문장이 끝나는 ‘전백(前白) 문서’ 형식인데, 7세기 일본 행정문서 목간들에 보이는 전형적 특징이라고 한다. 일본으로 문서 형식이 전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견해다.

“지난해 베트남 북부에서 한자를 새긴 4세기께 석비가 나왔는데, 만주 지안 고구려비와 비슷해요. 이 석비를 포함해 중국 고대 한자문화가 주변에 어떻게 수용됐는지에 대해 4월 국제학술대회를 엽니다. 제가 제안한 건데, 학회원들의 순발력과 열정 덕분에 성사됐지요.” 그는 국민국가의 ‘일국사’ 대신 고대사료들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해 고대 동아시아사를 당대 입장에서 보자는 탈민족주의 사관을 역설해왔다. 2001년 사론서 <만들어진 고대>에서 기존 한중일 고대사가 19세기 국민국가 등장에 따른 근대적 발명이란 논지를 펼쳐 반향을 일으켰고, 광개토왕비문과 백제·신라, 낙랑계 문자 유물들을 천착하며 고대사 연구의 새 길을 닦아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2013년 창설된 와세다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활동하면서, 지난해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 주구지 반가사유상의 한일 순회전시를 성사시키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국민국가에서 소통된 20세기 역사학을 넘어서려면,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과 손잡고 학제간 연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목간학의 글로벌화’를 다짐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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