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쪼개진 열매가 매달려 있다.
상처도 조금 있고 때도 묻었다.
그곳에서 지낸 지 꽤 된 모양이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115개의 섬으로만 이루어진 나라 ‘세이셸’ 길에서 만난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열매.
묵묵히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해도 맞고 비도 맞고 바람도 맞으며 같은 자리를 지킨다.
흠집투성이고 조각났지만 단단해 보인다.
올곧고 고지식한 사랑.
비가 조금씩 흩뿌렸다.
바람이 살랑 불자 미세하게 흔들린다.
글·사진 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