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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의 변심? 법인화 회오리 휩싸인 국립현대미술관

등록 2017-01-12 16:10수정 2017-01-17 00:01

문체부 법인화 압박에 마리 관장 조직개편안 밀어붙여
본관 서울관 이전, 학예·행정 조직 일원화 등 골자
내부의견 고려 않고 강행 서울관 학예직 줄줄이 떠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새해 벽두부터 법인화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안 실행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 상징인 거장 백남준의 대형 영상 설치물 <다다익선>. 최근 열리고 있는 과천 30년 특별전 출품작인 이승택 작가의 설치물 <떫은 밧줄>이 주위를 가로지른 모습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새해 벽두부터 법인화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안 실행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 상징인 거장 백남준의 대형 영상 설치물 <다다익선>. 최근 열리고 있는 과천 30년 특별전 출품작인 이승택 작가의 설치물 <떫은 밧줄>이 주위를 가로지른 모습이다.
조윤선 장관의 생각이 왜 확 바뀌었을까?

새해 벽두 국립현대미술관 고참 직원들과 미술관 사정을 잘 아는 미술인들은 이런 의문을 꺼내들고 있다. 미술관은 지난 12월 초부터 조 장관의 문화체육관광부 주도 아래 법인화를 위한 조직개편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존 문체부 산하 국가기관에서 운영에 자체적인 책임을 지는 독립 법인으로 조직틀을 확 바꾸는 것을 염두에 둔 큰 작업이다. 서울관과 과천관의 인력과 직제를 ‘하나의 미술관(원 뮤지엄)’이란 구호 아래 대부분 통합시키는 것이 뼈대라고 한다. 직원들은 의아해한다. 이 작업의 방향을 기획한 문체부의 수장 조윤선 장관이 수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엔 미술관 법인화에 반대했고, 여러 동료의원들을 설득해 국회 통과를 막았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문체부 쪽에 따르면, 조직개편안은 문체부 관료들의 주도로 지난달 12일 미술관 부서장 회의에서 전격 발표됐다. 미술관 본관을 과천에서 서울관으로 옮기고 서울관에 관장과 주요 부서장들의 조직을 모두 옮겨와 집중하는 통합 시스템을 법인화에 앞서 구현한다는 내용이었다. 관장 밑에 행정부서를 관할하는 기획운영단장과 학예, 전시, 교육 기능을 총괄하는 4급의 학예부장이 일종의 투톱 체제로 꾸려가는 것이 얼개다. 구상대로라면, 과천관은 소장품 위주의 상설·기획 전시를 주로 하고, 주요한 현대미술 기획전과 특별전 전시 기능은 대부분은 서울관에서 펼쳐지게 된다. 과천관의 정규직 학예, 행정 인력들이 서울관의 계약직 학예 인력과 함께 기획을 하고 업무를 보는 인력 구성의 통합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새해 벽두부터 법인화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안 실행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2월12일까지)에 전시 중인 박기원 작가의 비닐 설치 작품 <도원경>.
국립현대미술관이 새해 벽두부터 법인화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안 실행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2월12일까지)에 전시 중인 박기원 작가의 비닐 설치 작품 <도원경>.
그러나 조직개편안은 당장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조직개편안이 내려간 다음날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하나의 미술관, 하나의 팀(원 뮤지엄, 원 팀)’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역량을 증진시키고 업무 절차 간소화와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했지만, 수긍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천관, 서울관 내부 직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문체부에서 시달된 내용이고, 현재 심각한 수준인 서울관 계약직과 과천관 정규직들의 직제 인사 갈등을 더욱 불거지게 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특히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신분 보장이 불안정한 상태인 서울관 직원들의 반발과 불안감이 크다. 이미 계약직 학예직 30여명 가운데 이지윤 운영부장을 비롯해 전시 1, 2팀장 등 11명이 자리를 떠나 현재 조직 자체가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다. 김장언 전시2팀장은 일방적인 조직개편안에 반발해 지난달 20일 사표를 냈다. 그는 떠나면서 에스엔에스에 글을 남겨 행정편의적으로 진행된 조직개편안이 문체부의 ‘미술관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서울관, 덕수궁관의 3관 체제이며 청주관이 2018년 문을 열면 4관 체제의 거대한 조직이 된다. 법인화가 국회 여야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제한적인 인력과 직제를 갖고서 서울관을 중심으로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관리하려는 시도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가 문제다. 마리 관장도 한국어 소통력이 미비한데다, 10년 전부터 법인화를 문체부가 추진해오면서 미술관과 빚었던 갈등 상황에 대해 심도있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문체부 방침에 맞춰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구체적 비전과 대안 없이 안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미술관 쪽의 한 중견 직원은 “법인화에 이르기도 전에 조직 기형화를 부추기고 전시를 파행화하는 결과를 빚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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