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윤서인 작가, 이번엔 동성애 혐오 만화 연재

대형교회 의뢰 받아 매주 긴 만화 3개, 짧은 만화 5개 그려

극우 성향 웹툰을 그려온 작가 윤서인 씨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담은 웹툰을 그려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서인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극우 성향의 웹툰으로 논란을 빚어온 윤서인(43) 작가가 이번에는 동성애에 대한 각종 편견을 담은 웹툰을 그려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윤서인 작가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부터 ‘본격 동성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교인도 아니고 오히려 기독교를 비판하는 만화를 종종 그리던 사람인데 이 사업만큼은 모 대형교회와 뜻을 같이해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교회와 함께 일을 하다니 진짜 낯선 일이지만 이 사안은 그만큼 심각해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정식 페이지나 매체가 아닌 어떤 어플에 연재 중. 매주 긴 만화 3개, 짧은 만화 5개 미친 듯이 그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 작가가 공개한 ‘니가 꼭 행복했으면’은 총 네 컷으로 구성된 짧은 웹툰이다. 현재 3편이 공개됐다. 해당 웹툰은 ‘에덴 크리에이터스’(Eden creaters)라는 앱에 연재 중이다. ‘에덴 크리에이터스’의 소개 글에는 “에덴, 문화선교, 기독교문화선교, 문화선교단체” 등의 키워드들이 적혀 있다.

웹툰의 내용을 보면, 등장인물 두 명이 동성애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 남성 캐릭터는 ‘나는 동성애가 싫다’고 밝히며 윤서인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에게 자신이 왜 동성애를 싫어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의 대사 대부분이, 일부 보수 개신교와 보수단체들이 동성애에 관해 주장하는 에이즈 혐오, 성적지향 무시, 전환치료 등의 각종 동성애 혐오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1화 ‘나는 동성애가 싫어’에서 이 남성 캐릭터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막 무섭고, 막 싫다. 싫은 걸 어떡해!”와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이어 2화에서는 “왜, 동성애는 싫어하면 안 돼?”라고 반문하며 동성애를 왜 싫어하는지 안되는지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 특히 3화에서는 “동성애가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퍼지는 건?”, “치료비로 매년 혈세 수천억을 쏟아붓는 건?”, “착한 학생들이 동성애에 빠져드는 건?”, “그렇게 니 아들이 동성애자가 되는 건?”과 같은 논리를 마구 쏟아낸다. 논란을 예상한 듯, 윤 작가가 웹툰 1화에 미리 ‘윤서인이 또…’, ‘뭐야 이 만화는?’이란 대사를 포함한 것도 눈에 띈다.

윤서인 작가의 ‘니가 꼭 행복했으면’이란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 어플 ‘에덴 크리에이터스’

윤 작가가 ‘반 동성애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답이 없다”는 반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장애인 이미지 만화 그릴 때도 너무 화났는데, 저게 뭐하는 짓인지. 소수자들 인권 신경 안 쓰는 것은 옛날부터 알았지만 너무 화가 난다”, “내가 윤서인이랑 반대로 가고 있으면 정상이라는 글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산다”, “믿고 거르는 윤서인” 등과 같은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비판을 두고 윤 작가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가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윤 작가는 “동성애는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꺼내면 안 되는 신성불가침 성역인가, 별말도 안 했는데 이게 웬 난리인지. 동성애에 대해 딱히 반감이 없었는데 막 반감이 생기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즐길 때 즐기더라도 동성애 성행위든 흡연이든 그것으로 비롯된 사회적인 현상이나 자신의 몸에 벌어지는 부작용 정도는 정확히 알고 하자”며 만화에서 드러낸 편견을 그대로 반복했다.

지난해 11월까지〈조선일보〉에 ‘朝이라이드’라는 웹툰을 연재했던 윤 작가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라는 말이 제일 웃긴다. 칼로 확 할복이라도 해야 ’제대로 된’일까요”라는 글을 썼다가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또 웹툰에 걸그룹 ‘소녀시대’와 닮은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들이 야한 복장으로 과거 시험을 치고 떡방아를 찧는 모습을 묘사해 성희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동성애 지지하지 않을 자유’가 성립할 수 없는 이유)

김지숙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