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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왜 변화는 남의 시가에만 오는가

등록 2017-01-26 11:21수정 2017-01-26 16:31

한겨레 편집국에서 오가는 그날 그날의 화제를 고경태 신문부문장이 기자 인터뷰로 짤막하게 풀어보는 <뉴스룸 토크> 코너는 매일 <한겨레> 2면에 실린다. 이번엔 설 연휴를 앞둔 ‘며느리 기자’들을 만났다. 이후 ‘도련님 기자’들도 만났다. 이들이 느끼는 설은 어떻게 다를까? 설은 예전보다 달라졌을까? 25일~27일치 뉴스룸토크를 묶었다.

명절 차례. <한겨레> 자료사진.
명절 차례. <한겨레> 자료사진.

[뉴스룸 토크] 며느리 기자단 ‘설’전 1

썰전 아니다. 설전이다. 설이 코앞이라 설전이다. 누군가에겐 두통 유발제인 명절과 시월드. 며느리 기자들에 관한 보고서. 불가피하게 익명의 ㅂ, ㅅ, ㅇ, ㅈ 기자다.

한국 명절문화 바뀌고 있는지

왜 변화는 남의 시가에만 오는지. ㅠㅠ 우리 시가까지 당도 안 한 게 문제. (ㅂ기자)

여전히 두 개의 세계. 며느리 비롯해 가족 구성원들에게 ‘명절인데 당연히 이래야지~’ 의무 강요하는 세계와 비교적 거기서 자유로운 세계. (ㅅ기자)

설은 시가, 추석은 친정 식으로 몰아서 지내고 오는 며느리들도 있다는데 우리 시가에선 불가능. 명절의 변화는 세대의 교체 속도와 함께 따라갈 듯. (ㅇ기자)

새 발의 피. 여전히 남성들은 가만히 앉아서 상 차려주면 먹고 티브이 보며, 여자는 음식 마련하고 종일 종종거리는 문화 여전. 성차별적 발언이나 개인의 사생활 존중 않는 질문 많고. (ㅈ기자)

며느리로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차례 지내는 건 좋은데, 먹을 만큼만 준비했으면. 시어머니가 명절 준비 스트레스 받으시고 그걸 며느리한테 풀어서 고부갈등. ㅠㅠ. (ㅂ기자)

친정이 지방이라 새벽에 기차표 예매전쟁 치르는 게 제일 스트레스. (ㅅ기자)

공평함. 예컨대 설 당일 되면 딸들이 오는데, 그러면 며느리는 가는 게 맞는데… 여러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다. 휴일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로서 연휴가 남들보다 짧은 점, 친정이 장거리인 점 등 겹쳐, 늘 친정을 못 가기 일쑤. 또한 같은 며느리라도 설거지 도맡는 이는 늘 정해져 있음. 명절은 그 차별을 가장 극대화하고, 바로 곁에서 혜택받는 자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잔인하다. (ㅇ기자)

너무 재미없다는 것. 상 차려 먹고 같이 앉아서 티브이 보고, 다시 상 차려서 먹고 다시 좀 앉아서 비슷한 얘기 하다가 또 밥 먹고. 아이들 어느 정도 큰 뒤부터 각종 친구 모임 등 핑계 대고 혼자 나간다. 비로소 숨통이 좀 트였다. (ㅈ기자)

명절 음식 장만은 아직도 ‘여자들의 일’이다. 게티이미지.
명절 음식 장만은 아직도 ‘여자들의 일’이다. 게티이미지.

[뉴스룸 토크] 며느리 기자단 ‘설’전 2

검찰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만큼이나 중요한 명절 개혁! 시월드를 눈앞에 둔 며느리 기자들이 말한다. 두 질문 중 하나는 2030년대쯤 이야기 될는지. 어제 이어 ㅂ, ㅅ, ㅇ, ㅈ 기자다.

시부모와 남편에게 한마디

시부모님께는 차례 간소화, 남편에게는 개념 탑재를 바람. 아내가 자기 집에서 음식 준비하는데 티브이·낮잠·목욕 삼종세트를… 또 그러면 듁는다!! (ㅂ기자)

“설거지는 당신이 할래?” 정도. 요리 못하는 남편이 평소 집에선 ‘설거지 당번’이면서, 되레 명절에는 손 놓는다. 음 나도 양가에서 설거지 안 하지만… 과일은 깎거든? (ㅅ기자)

명절에 여행 가면, 안 되겠니? (ㅇ기자)

시어머니께서 명절 때 음식 장만 스트레스 좀 줄였으면. 간소하게 맛있는 음식 몇 개만 해서 먹고, 어머님도 친구들 만나고 여유 즐기면서 사실 수 없을까? 남편이 연휴 중 하루만이라도 시간 내서 고향 근처 가까운 곳으로라도 콧바람 쐬게 해준다면…. 연휴다운 연휴 하루라도 보내면 명절 스트레스가 없지 않을까. (ㅈ기자)

미래에 시어머니가 된다면

아들 없어서 시부모 될 일 없는데. 우리 딸 시부모님은 제사 안 지내는 분으루다. (ㅂ기자)

‘명절에 보지 말고 평소에 적당히 보자.’ 평소 적당히 보자는 것도 뭐 담쌓고 살 정도로 지내지는 말자는 것. 사실 평소 왕래 적으면, 명절에 만나서 할 말도 없잖아? (ㅅ기자)

명절에 나는 남편과 둘만의 여행을 갈 계획이다. 아들과 며느리는 둘이 맘대로 살라고 할 것이다. 애 낳으란 말은 안 하겠지만, 낳으면 그래도 급할 때 에스오에스(SOS) 정도는 받아줄 것이다. 또 부부 둘만의 여행을 다녀오도록 아이를 맡아줄 용의도 있다. (ㅇ기자)

적절한 안배자가 되겠다. 며느리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외에도 혼자 보내는 시간, 친구 만나는 시간, 아이들에게 자유로워지는 시간 주는 멋진 시어머니가 되겠다. 남녀 구분하지 않고 모든 집안일 함께 하도록 규칙을 정하겠다. (ㅈ기자)

[뉴스룸 토크] 도련님 기자단 ‘설’전

명절과 시월드에 관한 질문 받은 며느리 기자단이 기혼 남성들한테 ‘반사’를 했다. ‘미러링’이라고나 할까. 그녀들 질문 그대로 옮겼다. 단출하게 ㄹ, ㅁ 기자만 모셨다.

명절 문화, 여전히 너네 문제 아닌 거 같지?

노. 우리 집안에도 문제 있음. 여자들 부엌에 득실거리는데, 남자는 없음. 손님 몰려들면 남자가 부엌에 머물 공간(또는 분위기) 자체가 없음. 한번은 부엌에서 일 좀 했더니 누군가 농담조로 한소리. 그러자 마눌님이 ‘얼씬거리지 마라. 내가 더 불편하다’고. (ㄹ기자)

구조적 불평등과 비합리 분명히 내재. 솔직히 ‘내 문제’라고 말하면 위선적인 것 같고, ‘우리’ 문제라고 해야 할 듯. 내 아내 문제이기도 하고, 자라나는 내 딸 문제이기도. 나중에, 딸 하나 있는데 시댁 멀어 명절에 볼 수 없다면 섭섭하겠지. (ㅁ기자)

명절 문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나?

노. 안 바뀌었음. (ㄹ기자)

전통 고수하는 우리 집도 안 바뀜. 그러나 차례 안 지내고 명절 자체를 연휴로 소비하거나 ‘가족 모임’으로 대체하는 사람들 늘고 있음. 그 사람들한테는 많이 바뀐 것. (ㅁ기자)

뭐가 제일 바뀐 거 같은지 의견이나 들어보자

제사상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음식량 조금 준 정도? 그만큼 일손 줄었기 때문에 각자 하는 일의 양은 비슷할 듯. (ㄹ기자)

‘교차 방문’은 늘지 않았나? 양성평등 의식 높아지고 교통수단 발달한 영향. 성묘까지 마치고 나면 아버지가 빨리 처가 가라며 등 떠민다. 속마음은 꼭 그렇지 않겠지만, 어른들도 시대와 타협하는 셈. (ㅁ기자)

너네도 스트레스라는 게 있긴 하니?

없음. 욕먹기용으로 굳이 꼽아보자면, 표 예매하기 스트레스? 눈치 보기? (ㄹ기자)

명절은 대체로 즐거운 시간. 많은 혈육 만나 안부 확인하고 아이들 재롱 보는 게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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