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과 함께 자가용 여행을 할 때에는 반려견 전용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꿀 같은 연휴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27일 시작되는 올해 설 연휴는 최소 4일. 하지만 반려견·반려묘와 함께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박 아무개 씨(38)는 귀성에 앞서 ‘탁묘 가이드’를 작성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해 지인에게 고양이를 맡기고 귀성길에 오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인 찬스’를 쓸 수 있는 환경이면 다행입니다만, 돌봐줄 지인도 없고 고향에는 가야 하는 상황이면 어찌해야 할까요?
명절은 여름휴가 다음으로 동물들이 많이 유기되는 때입니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들이 한순간에 버려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설 연휴 반려인도 동물도 함께 편안히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총정리해봤습니다.
1. 반려견 동반여행 준비 물품 이렇게
반려동물과의 동반여행을 선택했다면 여러 가지 준비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준비물은 이동장(캐리어), 배변 패드, 비닐봉지, 물티슈, 소형 탈취제 등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동장이 필요합니다. 버스는 운송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소형 동물을 이동장에 넣어서 이동할 경우 탑승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차도 객석, 통로 등을 차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이 됩니다. 코레일은 누리집에서 반려동물 동행 서비스에 대해 “가방 등에 넣어 보이지 않도록 하고, 광견병 예방 접종 등 필요한 예방 접종을 한 경우 여행이 가능하다. 투견종, 맹금류, 뱀 등 다른 고객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주는 동물은 함께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KTX의 경우는 반려동물 접종증명서를 제시해야 할 때도 있으니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도 반려동물을 안고 타는 것은 금물입니다. 교통안전공단은 “자가용을 타는 경우에도 이동장을 이용하거나 박스 등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라고 합니다. 대형견의 경우에는 반려견 전용 안전벨트·카시트를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동장을 고를 때도 위아래가 분리되는 제품을 골라, 여행 중에는 식구들과 함께 보낼 수 있고 도착해서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소 예민한 반려견의 경우 집에서 사용하던 울타리를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올리브 동물병원장 박정윤 수의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반려동물은 여행할 때 멀미 증상으로 구토하거나 침을 흘릴 수 있으니 출발 두세 시간 전에는 금식을 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또 “반려동물이 멀미하는 것은 전정기관이 흔들려서 생기는 것으로, 며칠 전부터 자동차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멀미약의 성분은 대부분 진정제로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들은 부정맥, 저혈압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투약 전 필히 수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최대한 자극을 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사용하던 사료 그릇, 방석, 담요 그리고 좋아하는 간식을 챙기는 것도 좋습니다. 갑자기 이동장에 들어가게 되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여행 전에 하루에 몇 시간씩 이동장 안에 들어가 보는 연습 및 적응기를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반려견들을 위해 산책 공원 등이 마련된 고속도로 휴게소도 있습니다. 지난 25일 반려동물 플랫폼 ‘팻슬랩’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8곳’(▶
바로 가기)을 소개했습니다. 애견 놀이터, 반려견 간식 판매, 포토존 등 각기 다른 매력의 휴게소를 출발 전 체크해보고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는 것도 아이디어입니다.
서울 서교동의 아프리카동물병원 동물호텔에 반려견들이 병원 직원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 동반여행 어렵다면 호텔링 혹은 펫시터
반려동물과 동반하기 힘들다면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 가능한 시설은 크게 동물호텔, 동물병원 등 시설에 동물을 맡기는 형태가 있고, 일반 가정집에서 동물을 돌보는 펫시터(Pet Sitter·반려동물 돌봄 도우미) 서비스가 있습니다.
동물호텔을 운영하는 곳들은 반려동물 카페와 동물보호소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호텔링을 제공하는 보호시설들은 여러 마리의 동물들이 함께 지냅니다. 특히 반려견의 경우 여러 마리가 모였을 때 서열 싸움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니, 미리 반려인이 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반려인과 친밀도가 높은 반려견의 경우 최소 3~6일 전 미리 적응 기간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박정윤 수의사는 “돌봄 서비스에 들어갈 때는 익숙한 물건을 챙겨서 보내는 것이 좋다. 반려견이 평소 먹던 간식과 사료 혹은 밥그릇을 같이 보내면 좋다. 또 가족의 냄새가 남아있는 옷이나 스카프를 챙겨주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반려견의 경우, 홍역이나 파보 등의 질병에 대한 항체 검사를 통해 항체를 갖추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좀 더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하다면 동물병원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수의사와 간호사들이 건강상태를 수시로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물병원의 호텔은 주로 병원 안장에 넣어 반려동물들을 관리합니다. 실내 특성상 대형견은 받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예약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설 연휴를 맞아 반려동물 건강전문웹진 ‘펫진’은 지난 20일 호텔서비스가 가능한 서울·경기도권 반려동물 카페, 호텔, 동물병원을 38곳을 소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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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요금은 시설과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 미만 소형견의 경우 1박에 2만~4만원, 5㎏ 이상은 3만 원대 중반 정도입니다. 고양이도 1박에 2만~4만원 사이입니다.
갑자기 여러 마리 동물들과 함께 지내는 환경이 걱정된다면, 펫시터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펫시터는 베이비시터처럼 반려동물들을 가정에서 돌봐주는 서비스입니다. 원래 동물을 키우고 있던 반려인들이 명절이나 휴가 때에 잠시 돌봐주는 것입니다.
펫시터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먼저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등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통하는 방법입니다. 이들 커뮤니티는 ‘펫시터’ 게시판을 따로 두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펫시터들은 중계해주는 어플과 집 근처의 펫시터 위치를 보여주는 서비스(▶
바로 가기)도 등장했습니다.
이들 펫시터를 고를 때는 반려동물 훈련사 자격증, 미용사 자격증 등 관련 자격증을 갖추었는지 확인하고, 미리 펫시터의 집을 방문해 반려동물이 지내게 될 곳의 환경과 청결 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또 돌봄 서비스를 받을 반려견, 반려묘만의 건강상태와 습관, 개성 등을 잘 전달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용요금은 일반적인 호텔보다 저렴합니다.
3. 나 홀로 집에 둔다면 이렇게
부득이하게 반려동물을 홀로 집에 남겨놓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의 경우 혼자 있는 시간이 1박 2일을 넘기면 좋지 않습니다. 반면 고양이의 경우에는 하루나 이틀이면,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의 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홀로 남은 식구들의 끼니를 챙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반려묘의 경우, 집사가 집을 비우면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는 고양이들도 있습니다. 연휴를 떠나기 전 캔 등으로 미리 영양보충을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화장실 모래도 넉넉히 쌓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의 물그릇과 사료는 3~4개 더 여분을 준비해 집안 곳곳에 놓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개의 경우는 사료를 한꺼번에 먹어버릴 염려가 있으니 타이머가 달린 자동 배식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급식기는 바닥이 뜨거우면 좋지 않으니 어딘가에 올려두거나 바닥에 카펫 등을 깔아 시원하게 유지해줘야 합니다. 또 분리 불안을 겪는 반려견의 경우 실내에 ‘실수’를 할 수 있으니 곳곳에 배변 패드를 깔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 반려동물을 배려해 외출할 때 티브이나 실내등을 켜놓고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화장실의 불을 켜두는 등 간접 조명을 추천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쳤더라도 가족과 갑자기 생이별한 동물들은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되도록 주변의 지인에게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살펴봐 주기를 부탁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일상을 잠시 떠나 있는 명절, 즐거운 한편 고단한 일입니다. 박정윤 수의사는 “동물도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 연휴가 끝나면 낯선 생활 혹은 친척들의 손길이 큰 스트레스가 돼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명절증후군에서 빨리 회복하는 비법으로 그는 “산책도 좋지만 무엇보다 푹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기 전 반나절이나 혹은 한나절 정도는 반려동물들과 가족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충분히 쉬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