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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강단 고대사 연구자들, 대중에게 다가서다

등록 2017-02-20 17:41수정 2017-02-20 20:34

한국고대사학회 지난해 시민연속강좌 묶어 <우리 시대의 한국 고대사> 1, 2권 출간
낙랑군 강역, 동이족 역사, 홍산 문화 등등 민감한 고대사 현안들
대중에 알리기 꺼렸던 기존 학계 인식과 주장 항목별로 요약
평양시 정백동 364호 낙랑계 무덤 안에서 1990년대 발견된 전한 원제 초원 4년(기원전 45년)의 낙랑군 호구기록 장부. 당시 집계된 낙랑군 25개 현의 호수가 4만3845호, 인구는 28만여명이며 전년보다 584호, 7598명이 증가했다는 추이까지 기록하고 있다. 기원전후 평양 일대에 낙랑군의 군현 통치가 이뤄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다.
평양시 정백동 364호 낙랑계 무덤 안에서 1990년대 발견된 전한 원제 초원 4년(기원전 45년)의 낙랑군 호구기록 장부. 당시 집계된 낙랑군 25개 현의 호수가 4만3845호, 인구는 28만여명이며 전년보다 584호, 7598명이 증가했다는 추이까지 기록하고 있다. 기원전후 평양 일대에 낙랑군의 군현 통치가 이뤄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나라인 고조선의 강역은 어디일까. 한사군과 낙랑군은 정말 한반도에 있었나, 아니면 만주 요서에 있었나. 한반도 남부를 고대 일본이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은 정말 증거가 있는 것일까. 이런 고대사의 의문거리 등을 놓고 70년대 이래로 40년 넘게 강단사학계와 재야사학계의 공방이 지속되어 왔다. 재야는 강단사학자들을 식민사학의 후예라고 공격하고, 강단 쪽은 재야학자들을 실증과 논리가 부실한 팽창주의 사관으로 비판하는 기본 구도는 지금도 바뀌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강단학계의 대응에는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소장 학자들이 재야학계를 사이비역사학계라며 근거를 들면서 반박하고, 기존 학회 등이 대중을 위한 연속강좌를 사상 처음 개설해 대중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 그렇다.

최근 도서출판 주류성에서 출간한 <우리 시대의 한국 고대사 1, 2>는 한국고대사학회가 지난해 한성백제박물관에서 24차례 이어간 고대사 시민강좌 시리즈의 내용을 엮어 정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의 발간은 실증과 검증에만 치우쳐 그간 대중과의 소통을 외면해온 기존 역사학계의 반성과 성찰이 기본 배경으로 깔려 있다. 지난 수년간 재야학계가 정치권까지 등에 업고 기존 학계의 고조선, 낙랑군 등의 고대사 인식과 관련 역사지도 제작 과정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상황에 이른 것도 대중 앞에 나선 요인이 됐다. 그런 면에서 두 책은 강단학계의 고대사 연구자들이 대중에게 민감한 고대사 미스터리와 논란거리에 대한 기존 학계의 연구 성과와 견해를 풀어놓은 강좌의 요점 정리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시대의 한국 고대사 1> 표지
<우리 시대의 한국 고대사 1> 표지
<우리 시대의 한국 고대사 2> 표지
<우리 시대의 한국 고대사 2> 표지
일종의 서설 격인 1강 ‘근대사학의 형성과 한국고대사 연구’에서 노태돈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최초의 근대역사서인 <독사신론>을 쓴 민족주의 사학자 단재 신채호의 치열한 역사의식을 계승하되, 고조선 중심부가 시종 요령성 지역에 있었다는 식의 학설은 이미 지식의 정보량이나 현재 여러 역사적 고증 과정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학설 자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오영찬 이화여대 교수의 ‘고고학으로 본 낙랑군’은 1990년대 초 북한 평양 정백동 고분에서 나온 기원전 45년께 낙랑군의 호구수 통계 목간의 세부 내역을 과거 일제강점기 낙랑계 고분 조사를 배경으로 풀어내면서 낙랑군의 한반도 평양 등의 서북지방 재지설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됐다고 단언한다. 중국과 한국에서 자기네의 민족주의 관점에 따라 중국 문명의 뿌리 혹은 고조선의 원류로 재단되어온 중국 동북지방 홍산문화 문명론에 대한 객관적 현상을 짚어본 김정열 숭실대 사학과 교수의 글들 또한 현재 고대사 논쟁에 대한 기존 학계의 견해와 생각들을 명쾌하게 전해준다.

북한 당국의 발굴 조사 뒤 복원된 평양시 대동강 기슭의 낙랑계 벽돌무덤 모습. 무덤 뒤에 들어선 대규모 살림집 아파트단지가 눈길을 끈다.
북한 당국의 발굴 조사 뒤 복원된 평양시 대동강 기슭의 낙랑계 벽돌무덤 모습. 무덤 뒤에 들어선 대규모 살림집 아파트단지가 눈길을 끈다.
2권에서는 한-일 간의 묵은 쟁점인 임나일본부의 실체 논란의 전말과 현재 새 역사논리로 임나설을 재포장하고 있는 일본 학계의 연구 동향을 소개한 권오영 서울대 교수의 글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목소리 높았던 재야와 달리 대중에 나서길 꺼렸던 기존 학계의 고대사 현안들에 대한 견해와 안목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은 책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주류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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