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동 세심빗자루를 제막하고 있는 청담 변동해씨.
“세심 빗자루는 마음을 맑게 하는 청량제이며 세상을 밝게 아름답게 하려는 행에 시작입니다.”
3월3일 오후 3시33분 전남 장성군과 고창군이 맞닿는 축령산 기슭에서 3m33cm 높이의 세심비 제막식이 열렸다. 전국의 선비 고택을 찾아다니며 모은 댓살로 빗자루 200여개를 만들어 지난해 11월 ‘세심비’ 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던 청담 변동해(63·사진)씨가 세운 조형물이다. 세심 빗자루 앞쪽에 놓인 표지석의 글은 평소 그의 ‘전라도 입말’ 그대로 직접 쓴 것이다. 유두석 장성군수를 비롯 전국 곳곳의 지인들과 지역 예인들이 찾아와 함께 축하잔치도 펼쳤다.
조선대 미대 출신의 금속공예가 임동희씨에게 의뢰해 제작한 세심 빗자루는 대나무 빗자루 모양 그대로 순동으로 만든 영구 세심비인 셈이다.
“지난 겨울 전시회 때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주고 전국 곳곳에서 공감의 뜻으로 빗자루를 주문해줬어요. 그래서 수익금은 아름다운재단 등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고, 공감의 뜻은 오래도록 새기고자 영구 보존이 가능한 조형물을 세운 겁니다.”
세심빗자루가 들어선 자리는 그가 운영해온 세심원(洗心園) 바로 옆이다. 장성 토박이 ‘황룡 변씨’인 그는 농고를 나와 30여년을 군청 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1999년 명예퇴직하면서 버려진 잠실(누에움막)을 축령산의 편백과 참숯 등으로 손수 보수해 ‘세심원’을 열었다. 열쇠를 여러개 만들어 ‘마음 수행 공간’으로 무료 개방하면서 그는 ‘세심원지기’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옛사람들은 아침마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과 방을 쓸며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단지 먼지나 쓰레기를 밖으로 쓸어내는 청소가 아니라,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안쪽으로 쓸어들였다. 빗자루에 담긴 맑은 뜻을 되새기며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는 5월 부산에서도 ‘세심비’ 초청 전시회를 열 예정인 그는 역시 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장성/글·사진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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