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 투구. 다섯개의 발가락을 지닌 용의 꿈틀거리는 문양을 정교하게 붙였다. 이번에 나온 갑옷, 투구류 갖춤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의 오쿠라컬렉션의 투구, 갑옷과 기본적인 얼개가 유사해 보인다.
19세기 조선 왕실에서 소유했다가 국외로 흘러나간 것으로 추정하는 고급 갑옷과 투구류, 의복 갖춤이 국내로 들어왔다. 문화예술기획사 스타앤컬처(회장 윤원영)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에서 최근 입수해 반입한 투구와 갑옷, 금관조복, 신발 등의 유물 컬렉션들을 내보였다.
이 컬렉션은 고미술수집가이자 유물 딜러로 활동해온 윤 회장이 지난해 11월 영국 경매에서 낙찰받은 뒤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투구, 투구함, 투구 보호개, 두정갑옷, 금관조복, 치마 허리띠, 후수, 서각 허리띠, 신발 등으로 이뤄져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투구와 갑옷류다. 발가락이 5개 달린 용(오조룡)과 오얏꽃 등의 무늬가 새겨져 있고, 옷과 투구의 금속붙이와 천들을 짜맞춘 만듦새가 정교하며 보존상태도 좋은 편이다. 윤 회장 쪽은 영국 경매 당시 함께 입수한 컬렉션 소유권 기록도 제시했다. 이 기록에는 공개된 갑옷과 투구류 등의 컬렉션이 구한말 조선 무기류를 수집하던 한 독일상인 손에 들어갔다가 일본에서 경매에 나왔으며, 1902~1905년께 영국의 한 수집상이 사들여 110여년간 소장해왔다고 나와있다.
현재 조선 말기 왕실 등에서 소장했던 고급 갑옷류는 국내 기관 외에도 외국 박물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일제강점기 기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1896~1964)가 조선에서 반출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오구라컬렉션 중 일부인 ‘조선대원수’ 투구와 갑옷이 대표적인 명품이다. 미국 브루클린뮤지엄에도 여러 점의 투구와 갑옷류가 소장되어 있다. 오구라컬렉션의 갑옷,투구류들은 국내 문화재운동단체에서 2000년대 이래 환수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윤 회장은 투구와 갑옷에 머리에 쓰거나 손때를 탄 흔적 등이 분명하게 보이며 황제의 옷에만 쓸 수 있는 오조룡과 오얏꽃 무늬가 있다는 점을 들어 조선 27대 임금이자 대한제국 황제였던 고종(재위 1863~1907)이 썼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항 통관 과정에서 컬렉션을 검토한 문화재청 쪽은 “고종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유물의 가치와 성격에 대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정밀한 검증을 더 받아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스타앤컬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