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의 ‘증도가자’ 보물지정 신청 부결 결정을 두고 소유자 김종춘씨 등이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국가보물 지정이 부결된 고려시대 추정 금속활자 컬렉션(일명 ‘증도가자’) 소유자인 고미술상 김종춘씨가 ‘부결 결정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씨는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0년 증도가자가 처음 공개된 뒤, (제작)연대와 제작방법 등에서 전문가들이 쌓은 연구성과들이 대부분 수용되지 않고 비전문가들에 의해 일방적인 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라고 요구했다. 재심 요구는 변호사와 충분히 협의해 추진여부를 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처음 공개될 당시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고려시대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이하 증도가)>를 인쇄할 때 썼다고 주장하면서 실체와 진위를 놓고 학계의 논란을 빚어왔다. 현재 전하는 <증도가>(보물)는 원래 금속활자로 찍은 책을 목판으로 바꿔 1239년 다시 찍은 번각본이며, 금속활자로 찍은 원본은 남아있지 않다. ‘증도가자’가 공인될 경우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보다 100여년을 앞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가 된다. 소유자 김씨는 2011년 이 활자 컬렉션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으며 6년여간의 검토, 조사 과정을 거쳐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13일 보물 지정을 부결한 바 있다. 문화재위는 ‘증도가자’의 서체, 주조, 조판(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등을 검증한 결과 이 활자들이 <증도가>를 찍은 것으로 보기 어렵고, 출처와 소장 경위 등이 불분명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010년 활자를 처음 공개할 때부터 ‘세계 최고 금속활자설’을 피력해온 서지학자 남권희 교수는 이날 회견에서 문화재청 조사단의 검증과정이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증도가자’와 ‘증도가’ 번각본에 찍힌 글자들을 비교하면서 후대 조선시대 금속활자들 가운데 의도적으로 유사도가 높은 글자인 1772년 임진자와 임진자 번각본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목판본 <증도가>의 활자들은 11명이 나눠 새긴 것으로 획의 위치와 각도, 굵기 등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특성도 무시됐다”는 게 그의 견해다.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증도가자’ 중 일부 활자 크기가 커서 <증도가>목판본의 글자와 크기를 맞추는 조판이 불가능하다는, 조사단의 또다른 검증 결과도 공박했다. “증도가자는 번각본 활자보다 먹선 테두리가 크고, 길이가 일정하지 않은데다, 증도가 목판본도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활자크기가 수축되는 것이 특징이다. 조사단은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서로 크기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 다른 논란인 ‘증도가자’ 출처를 묻자 김씨는 “원래 소장자와 유통경위는 이미 밝혔고, 출토 문화재의 특성상 확실한 출처 규명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문화재위와 문화재청이 증도가자 연대 규명을 위한 재심 조건으로 제시한, 초두와 청동수반 등 함께 전래된 유물들의 제출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소장자 소유물이어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이어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면 문화재청장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협박한 세력이 있다. 그런 세력이 누구인지 청장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모든 증거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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