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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박근혜 정부 4년, 사진가들은 무엇을 보았는가

등록 2017-04-17 16:25수정 2017-04-17 22:01

다큐사진가 10명 기록사진집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촛불집회·세월호·밀양송전탑 등
지난 4년 사건 현장과 이면 담아
<그날 당신은…>에 수록된 김봉규 <한겨레> 기자의 사진. 식당에 태극기를 들고 들어온 군복 차림 탄핵반대 집회 참여자의 모습을 담았다.
<그날 당신은…>에 수록된 김봉규 <한겨레> 기자의 사진. 식당에 태극기를 들고 들어온 군복 차림 탄핵반대 집회 참여자의 모습을 담았다.
“물레 잣는 사람을 찍고 싶으면 그가 왜 물레를 잣는지 생각해보라. 이해한다는 것은 찍는 일만큼 중요하다.”

미국 다큐사진의 거장 마거릿 버크화이트(1906~1971)가 남긴 금언이다. 1946년 물레를 돌리는 인도 성자 마하트마 간디의 사진을 찍은 뒤 남긴 이 말은, 지금 한국의 다큐사진가들에게도 여전한 고민거리다. 광장에서 외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실현되고 대선을 앞둔 지금, 새 정부, 새 나라 만들기가 시대의 과제로 다가왔다. 사진가들은 이 막중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담아 전달할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의 취임 뒤 눈으로만 담기에도 버거울 만큼 쏟아졌던 숱한 시국사건의 현장과 그 거센 이미지의 이면을 그들은 어떻게 시선에 삭여내고 뷰 파인더에 포착해왔던가.

현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지난 4년을 묵묵히 기록해온 다큐사진가 10명의 기록사진집이 이런 물음에 진솔한 응답을 보여준다. 도서출판 루페에서 지난주 나온 이 사진집은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란 제목을 달았다. 김봉규 <한겨레> 기자, 최형락 <프레시안> 기자, 채승우 전 <조선일보> 기자를 비롯해 다큐사진가인 이상엽, 김흥구, 신웅재, 윤성희, 정운, 정택용, 홍진훤씨가 박근혜 정권 4년을 생생한 현장의 사진으로 담은 384쪽의 기록이다.

책은 1부 ‘광장의 기억’과 2부 ‘기억의 광장’으로 나뉘어 있다. 탄핵 촛불집회가 중심이 된 오늘 광장의 행동과 그 이전의 전사를 사진들로 풀어놓는다. “애초 촛불집회 현장 기록 위주로 구상했다가, 탄핵 정국 자체는 현상일 뿐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난 원인을 좀더 거시적 기록으로 살펴보자는 쪽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기획자인 이상엽 사진가는 말한다.

그래서 이 사진집의 방점은 ‘역진’, 곧 ‘거슬러 올라가기’라고 말할 수 있다. 눈발 내리는 우중충한 분위기의 청와대 영빈관 앞 봉황상(김흥구), 식당에 쳐들어가듯 입장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의 의기양양한 모습(김봉규), 온몸에 발광체를 붙인 탄핵촉구 집회 참가자의 촛불(최형락)에 이어 독자들은 광장에서 반드시 복기해야 할 과거의 기억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밀양 송전탑 투쟁, 사드 배치, 삼성반도체 노동자와 농민운동가 백남기씨의 죽음, 위안부 합의에 대한 규탄 목소리 같은 탄핵 이전 여러 사건의 현장 곳곳을 포착한 다큐사진가들의 핍진한 작업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런 역진하는 시간을 드러내는 작업들은 서문에서 이상엽 작가가 짚은 대로, “우리 손으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는 순간과 기어이 마주치고 만다”.

최형락 <프레시안> 기자가 광화문에서 찍은 촛불시위 참가자의 모습. 알록달록 빛나는 발광등을 온몸에 두른 채 촛불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최형락 <프레시안> 기자가 광화문에서 찍은 촛불시위 참가자의 모습. 알록달록 빛나는 발광등을 온몸에 두른 채 촛불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가들과 더불어 책의 기획에 참여한 일본 출신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이 사진집이 “즐거웠던 승리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책에 실린 모든 사진들이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익명적이고 불투명한 국가폭력의 존재를 적나라하게 또는 은연중에 드러내는 잔상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제목마따나 어디에 있었느냐는 물음은, 이제 ‘당신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란 물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책의 저자들은 눈힘 모아 실은 사진으로 웅변하고 있다. 출간 기념 사진전이 18~30일 서울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이상엽 사진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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